문명의 뼈대 – 송용진, 다산초당

학교 다닐 때 수학과에서 배운 과목 중에는 정수론하고 전산수학과 수학사를 좋아했었다. 일단 재미있었으니까…… 특히 송용진 교수님의 수학사 과목은 4학년때 편성되어 있었는데, 재미있는데다 매주 과제가 나오는 과목은 아니어서(……) 다들 좋아했다. 시대별로 수학자를 맡아서 학생들이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4페이지짜리 만화를 그려서 OHP 필름에 복사해서 빔프로젝터로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과제가 적다고 좋아했다는 소리가 무색해지는 이야기지만, 수업 자체가 재미있다 보니 발표과제를 꽤 공들여 준비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학과 학부생이란 대체로 레온하르트 오일러를 쾨니히스부르크에서 강에 빠뜨려 죽여버리고(이미 죽었지만 한번 더) 싶어하고 가우스를 소거해버리고 싶어하는 자들이 아닐까. 수학사 시간은 우리가 이름만 듣고 4년동안 그렇게 미워하던 놈들에게 관심을 갖는 시간이기도 했고, 가끔은 재미있어하며 좋아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1, 2학년 때 수학사를 먼저 듣고 시작했으면 걔들을 덜 미워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졸업 전에 통사를 정리하고 나간다는 점에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수업을 열심히 들은 덕분에 나는 몇년 전에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같은 책도 쓸 수 있었던 것이고…..
송용진 교수님께서 쓰신 영재 책이나 수학의 숲도 읽었지만 이 책은 나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작업이 있으니 6월에 봐야지….. 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지난주에 교수님께서 주소를 물어보시더니 보내주셨다. ㅠㅠㅠㅠㅠ 감사히 받고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서 오늘 현대수학까지 왔다. 왔는데…….

19세기도 수학의 시간에서는 현대였지…… (가우스사 현대에 나와서 순간 당황) ㅋㅋㅋㅋㅋ하고 중간중간 당황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죽 읽었다. 우리집 어린이가 요즘 “수학은 왜 배워야 하나”라는 흔한 질문을 시작하는 중이었든데 이 책과 함께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졌다. 도판도 많고 설명이 쉬운 입말로 되어 있어서, 유튜브을 보는 느낌으로 하루 몇 페이지씩 보면 초등 고학년과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로 4학년도 아닌, 이제 막 수학과 들어온 1학년이나 일반인을 위해 차분히 설명해 주시는 느낌의 책이었다.

PS1) 다 읽고, 다음에 찾아볼 책들을 체크하느라 참고문헌을 보는데 내 졸저의 제목도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비명) 교수님께서 불초한 내 책을 봐주셨어!!!!! (매드맥스 풍)

PS2) 알고보니 교수님이 보내주시기 전에 우리집 누가 이미 이 책을 구입해서 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희집에는 그 송용진 교수님의 수학사 강의를 들은 사람이 한명 더 있었으며…….

PS3) 교수님, 책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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