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동안 한국어에서 사랑에 대한 단어들을 저인망처럼 싹 훑어서 뉘앙스까지 뜯어보고, 다시 한자 단위로 쪼개서 확장하고, 유의어를 싹 모았다가, 다시 사전에 수록된 예문들을 바탕으로 의미를 찾아보고, 내가 아는 감정에 맞춰서 그 단어들을 다시 정렬해서 엑셀에 집어넣었다가, 맞지 않는 단어들을 밀어내고, 골라내고, 그러기를 반복했었다. 친애도 우애도 성애도 숭배도 흠모도 아닌, 시간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경모와 경애에 뭔가 잡다한 감정들이 잔뜩 들러붙은 어떤것들. 마음의 형태에 딱 맞는 단어라는 것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있는 한껏 해상도를 높여 20년이 넘게 쌓여 지층을 이룬 형체에 괴혼처럼 덕지덕지 들러붙은 것과 맞지 않는 부분들을 떨어내다 보면 합당한 단어 한 개, 는 아니더라도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몇 단어로 이루어진 구체적인 한 문장 정도는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 찐문과는 이딴 짓 안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 대학원을 문창과 쪽으로 졸업했다 한들 나는 역시 짭문과였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실은 대충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에게 자연어 가르친다. 나도 안다. 그런데.
PS) 바람피우는 것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도 체력도 의지도 없고 배우자와 서로에 충실하게 잘 살고 있어요.
이건 경애하는 선생님에 대한 거고 사실 “경애하는”이 그나마 가장 잘 맞는 단어였는데 사실 “경애하는”의 제일 유명한 용례가 “경애하는 수령동지(……)” 같은 것이다 보니 소리내서 말하면 뭔가 리춘히 목소리가 뇌내 재생되며 분위기가 미묘해지곤 해서 다른 단어 찾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정신차려보니 엑셀파일이……(아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