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지난 금요일까지 꼬박 3주를 나는 머릿속으로 2000년과 2025년, 스무살과 마흔다섯살 사이를 오가며 보냈다. 머릿속에는 태풍이 몰아치고 살 생각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멀쩡한 얼굴로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태연히 마감 스케줄을 체크해가며 글을 쓰면서도, 이제는 그렇게 하는 방법조차 가물가물했던, 제 속을 다 헤집고 뒤집어서 자기 마음을 제 발로 짓밟아 찢어대는 짓을 해댔고, 거의 20년을 묵혀두었던 심연을 열어서 굳이 그 안에 코를 처박고, 거의 자살충동에 가까운 파괴적 충동으로 자기 머릿속을 한줄한줄 분석하며 조롱하고 비웃었다. 한동안 육아하느라 잊고 있던, 생명력이 뻗쳐올라가다 못해 내가 그걸 감당을 못해서 죽고 싶어지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물론 성장한 부분도 있긴 했는데, 스무살 때였으면 그럴 때 가윗날로 내 팔이며 다리며 여기저기를 찍어서 피를 봤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제일 최악은 나를 파괴하기 직전의 행동처럼 내가 나 자신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을 망치려 들었다는 거다. 평생 이 삶을 함께 하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한 사람을 있는 힘껏 상처입혔다. 내 글의 시원이자, 필요하다면 이 생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 앞에서 마치 몇달 전에 끓인 썩은 카레가 한가득 들어 있는 압력솥처럼 엉망으로 썩어 문드러진 심중을 까뒤집으려 했다. 그러면서도 내 손으로 죽진 않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선생님보다 먼저 죽지 않는다고 맹세했었는데, 하는 생각들이 중간중간 점멸하듯 떠올랐고, 그때마다 그 말을 소리도 못 내고 입술로만 중얼거렸다. 그러면 죽을 마음이 정말로 달아나기라도 할 것 처럼. 제일 기도 안 차는 것은 스스로 쌓아올린 바닥을 무너뜨리듯이 날뛰면서도 그런 것들을, 대체 죽은 뒤에 누구에게 무슨 트라우마를 남길 생각이었는지 무슨 실험보고서처럼 꼼꼼하게 기록까지 하고 있었다. 아, 그래. 오래 참았지. 그러다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한 사람은 혹여 내가 중력에서 벗어나 버릴까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서 나를 붙잡고 있었고, 다른 한 분은 심연을 뒤집어 쓴 채로 어린애가 되어 울고 있는 나를 보고도 괜찮다, 내가 아는 네가 맞다고 말씀해 주셨다. 겨우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 열이 심하게 올랐고, 명치 끝에서 수많은 시간들이 맴을 돌며 날뛰어서 죽을 것 같았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리다 말았다.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으면 이 나이에 지혜열이 끓어. 더이상 멀쩡한 얼굴을 하지 못한 채로 휘청거리며 이틀을 꼬박 앓았다. 누운 채로, 또는 열 때문에 벌게진 눈으로 기를 쓰고 책상 앞에 앉아서 교정지를 노려보며 버티는 채로 수많은 음악을 듣고 또 울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열이 가라앉을 무렵에야 나는 그렇게 나의 다음 계절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았다.
아마도 나는 이 무렵부터의 어떤 순간을 마법의 가을로 기억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을의 끝을 알리는 첫눈이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