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자면 긴데요.
원래는 기존의 호러/오컬트 단편소설들에다가, 새로 몇 편을 더 써서 단편집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괴물들을 소재로 한 단편집 같은 것이었죠. 전에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에 수록했던 ‘창귀’라든가. 그런 느낌으로요. 그래서 책에 들어갈 단편들을 쓰고 있었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먼 뱃고동 소리’를 쓰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이 이야기는 어떤 시리즈의 마지막에 들어가야 하는 이야기인 거예요. 주인공은 여기 나온 무당 연희고.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써놓은 것 폐기하고 이걸 마저 써야죠. 세상에,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짤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 상황입니까, 이게. 단편집 만들려다가 책 한권을 새로 쓰게 생겼고, 그것도 모자라서 새로 쓴 단편 중에도 여기 맞지 않는 건 이 책에는 못 넣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어서 열심히 한권을 새로 씁니다. 쓰고 나서 생각했죠. 이 책은 내년쯤 나올 테니 교정지도 내년에 나올 것이고 나는 그 전에 다른 소설을 쓰고 있어야지. (1월 초 마감인 소설이 또 있었습니다.)
하고 열심히 쓰고 있는데 갑자기 작가의 말과 제목을 결정하라고 메일이 오네요.
“벌써요?”
했더니 올해 내신다는 거예요.
사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20년도 전의 일이지만 저는 예전에 2년쯤 비문학 출판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본문까지 필름교정을 봤는데, 요즘은 필름은 표지만 뽑고 내지는 디지털로 많이 뽑고 있죠…… 어쨌든 12월은 31일까지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후에 신간이 나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서점에 책이 입고되는 건 늦어도 22일, 23일은 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역산해서…… 겨울이니까 본드 말리는데 하루 더 플러스 한다고 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올해 안에 나오는 게 목표이신가보구나 했는데 정말 오늘, 12월 12일에 서점에 등록이 싹 되어버렸네요. (실제 배송은 다음주. 판권에 적힌 출간일은 내년 초.) 이걸 올해 마지막 책이라고 해야 할 지, 새해 첫 책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성 귀신이 되다”를 즐겁게 읽으신 분이라면 역시 좋아하실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