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 오전 9시까지 원고가 도착하지 않으면 이슬아 작가님은 제 생일을 축하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이연실 편집자가 이슬아 작가에게 보낸 독촉 메일을 보면서 나는 세상은 넓고 정말, 편집자의 메일도 다양하구나(아니, 첫 감상은 “이런 미친.”) 하며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살면서 아직까지 이런 무시무시한 독촉 메일을 받지 못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밤에 작업하다가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메일을 받으면 정말로 무서울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출판계의 윤상인 줄 알았는데, 출판계의 이동진이었던 것이다…….
김진형 편집자가 이슬아 작가의 산문 스무 편에 하나하나 별점을 매겨놓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세상은 정말정말 넓고, 편집자의 메일도 가지각색이구나(이쪽도 첫 감상은 “이런 미친.”) 하며 이번에도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많은 편집자들이 문과 출신이고 문과들 중 상당수가 엑셀 등 스프레드시트 류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니 실실 웃음이 나와서 한참동안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편집자 뿐 아니라 작가들도 그렇다. 전에 스프레드시트로 기본적인 간편장부 쓰는 법 등을 트위터에 공유했더니 내가 아는 SF 작가들은 각각의 세율까지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며 저마다의 스프레드시트 장부들을 뽐냈고……. 내가 아는 웹툰 작가들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SF 작가들은 작가군 중에서도 이과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다. 아니, 스프레드시트가 뭐 어때서. 우리 스프레드시트 무서운 애 아니거든요?)
어머님을 섭외한 이야기라든가, 구남친이 한밤중에 걸어온 섭외 전화라든가, 이훤 작가님의 메일이라든가, 학생 때 노희경 작가에게 메일을 보낸 이야기라든가, 이 책은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고, 누가 봐도 실용서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이메일에 대한 에세이다. 솔직히 반성이 되었는데, 나는 그렇게 많은 글을 쓰면서도 이메일에 대해서는 정성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섭외의 메일에는 “예!”나 “할게요!” 라고만 적어서 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누구는 이메일을 잘, 성의있게, 열심히 써서 이메일에 대한 에세이만으로 책 한권이 나오는데! 특히 장기하 섭외 메일은 정말 존경스러워서, 복사해서 어디 다이어리 뒤에라도 붙여놓고 참고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메일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내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 있었으니.
작가는 한 집에 한 명으로 충분하다. 우리 집엔 이미 나라는 작가가 있지 않은가.
명문이다. 혹시라도 우리집 어린이들이 작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이 문장을 집 어딘가에 붙여놓든가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