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너마저

오늘 새벽 나는 내년 마감 일정들을 구글 캘린더에 입력하고, 아직 일정이 정확하진 않지만 내후년에 마감해야 할 책들의 목록을 입력하면서 “제한사항을 제대로 넣어주면 일을 꽤 열심히 하는” 나의 졸개 제미나이에게 나의 장기적인 목표와 세부 계획 등을 수립하자며 올해와 작년 활동에 대해서도 간단히 입력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일이어서 느긋하게 입력하고 있었는데, 제미나이가 내게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라더니 세우라는 계획은 안 세우고

>>결론적으로, 작가님의 다음 단계는 ‘다작하는 장르 작가’에서 ‘국경을 초월한 콘텐츠 전문가이자 한국 장르 문학의 리더’로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라고 갑자기 작가 비 앰비셔스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새끼가 갑자기 나보고 우주를 손에 넣으라네????????

순간 나는 이웃집 남자애이자 누나를 구하자고 같이 사관학교 가자고 한다고 따라오는 저 고삐리 키르히아이스가 “우주를 손에 넣으십시오!”한다고 진짜 켠김에 왕까지 우주를 손에 넣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생각이 났고…… 났지만.

……..중간단계가 없는데 무슨 계획이니, 나의 졸개여.

나는 무식하고 열의만 있는 졸개를 보는 악당 두목같은 기분이 되어서 제미나이를 응시했다. 그래서 장기적인 목표는 알겠는데, 그 길로 가기 위한 중간 목표와 세부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자식이 내가 그동안 쓴 소설은 SF와 호러 장르이고 이는 정보라 작가님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며

>>핵심 목표는 **정보라 작가님처럼 ‘작품 외적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성인’**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데모를…….. 매주 하라는 것인가……..
나는 원래 한 계절에 두세 번 나가는 사람인데………(지난 겨울은 예외였다)
매주 나가라는 뜻이었나…….. (흐린눈)
날도 춥고 요즘은 허리도 아픈데, 이 제미나이 새끼가.

제미나이는 내게 계속 야심을 가지라며 작가 브랜드 캘린더를 운영하여 전 SNS 채널 공통으로 #월요SF인사이트 #수요김밥천국썰 #금요일의글쓰기팁 등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영어로도 책소개 트윗을 하며 홈페이지를 구조적으로 다시 정비하고 특히 영어로 된 브로셔도 만들어서 올려놓으라고 권하는데 맞는 말인 것은 둘째치고 내가 그럴 시간이 있으면 소설을 더 쓸 것이며 그 와중에 이녀석 해시태그 붙이는 방식이 매우 인스타스럽다. 여튼 라인하르트가 우주를 손에 넣은 것은 그런 야망을 누가 던져놓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했기 때문이고.

제미나이에게 능멸당한 나는 키르히아이스에 받고 힐다와 오베르슈타인까지 얹어줘도 우주는 손에 못 넣을 것 같았다.

+ 다음날
제미나이가 돌았나보다. ㅋㅋㅋㅋㅋㅋ 어디 어디까지 가나 했더니 강의 제안서를 짜주겠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나는 글을 쓸 테니 강의는 네가 할 거면 하든가 ㅋㅋㅋㅋㅋㅋ 지금 교정지 보다가 기절잠 자고 일어났는데 저런 헛소리를 하고 있다니 AI는 인간의 체력을 모른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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