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티의 “매드 앤 미러” 시리즈로, 이번에는 “바다에서 거대한 손이 올라왔다”는 문장에서 출발한 두 작가의 두 소설.
배예람의 “무악의 손님”은,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무악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거대한 해일로 자매를 잃고, 대신 손등에 푸른 반점이 남은 희령이 20년만에 무악에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뒤 무악 앞바다에는 거대한 손이((영일만 호미곶 손 동상처럼) 올라왔고, 참사가 발생했던 그곳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가게마다 손 모양의 기념품 따위를 팔고 있었으며, 손을 섬기는 신흥종교까지 생겨나 있었다. 연인인 석후와, 손에 대해 취재하려는 친구 다미와 함께 이곳을 다시 찾은 희령은 손 앞까지 배를 타고 다가갔다가 눈 앞에서 다미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손에서 과거 자신이 놓치고 말았던 동생의 손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한번 무악을 휩쓸고 가는 참사와 함께 희령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참사인데도 애도하는 분위기 하나 없이, 그 자리에 전에 없던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명물삼아 관광지가 되어버렸다는 무악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본주의적인데, 그런 명물에 기대서라도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해야 살아갈 수 있을 지역의 현실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복잡해지고, 신흥 종교가 생겨났는데 관광객들이 체험도 해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쓴웃음이 나도록 현실적이어서, 그런 디테일이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인상깊었다.
클레이븐의 “바다 위를 떠 다니는 손”은 핵잠수함을 중심으로 하는 코스믹 호러인데,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위함인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전부 옛날 더빙 외화에 나오는 말투여서 머릿속에 80년대 브라운관 TV로 보던 외화 시리즈 이미지 같은 것을 떠올리며 읽었다. 집중하려고 하면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이름이나 더빙 외화풍 대사에 거리감이 느껴져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코스믹 호러로서의 구성으로는 좋지 않나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