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애들을 학교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데 2학년 어린이 하나가 학교 가는 길 인도 위에 쪼그려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다가갔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연습장을 가방에 밀어넣고 도망갔는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어린이여 8시 25분이었다)
그 애가 앉아 있던 자리에 잠깐 쪼그려 앉아 보았다. 가로수가 노랗고 붉게 물든 가운데 나뭇잎들이 떨어져 가지들만 앙상하게 남아 단풍 사이에 창문이 난 것 같은 사이로 아직 지지 않은 아침달이 떠 있었다. (이런 걸 그리고 싶었을 텐데 놀래켜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등교는 해야지 쩜쩜쩜) 그런 아름다움을 넋을 잃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종합장을 꺼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림이 서투르고 능숙하고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일종의 강한 재능이어서, 그게 꺾이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주변 어른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