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당황했던 게, 이 제목과 비슷한 제목의 19금 로맨스 소설 배너를 본 것 같아서였다. (이 책을 다 읽고 찾아보니 “우리의 밤은 고결하고도 천박했다” 라는 로맨스 소설이 있었다.) 이 제목에 해당하는 글은 뒤에, 책의 거의 맨 끝부분에 짧게 실려 있다. 글에서 약간 간질간질할 정도로 내밀한 느낌이 나서, 전에 이슬아X남궁인 작가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었을 때와 비교하게 되기도 했는데. 사진작가이자 시인, 과 싱어송라이터, 는 양쪽 다 언어를, 이미지와 리듬, 시청각적 심상들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와 느낌이 다르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중간에 대담을 나누고 나서 잠시 사진으로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그 시청각적 심상이라는 차이가 확 드러났다.
김사월님 노래는 어쩌다 보니 전에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때 나온 곡을 처음 들었던 것 같고. 이훤 작가님은 지난번 도서전에서 이슬아 작가님과 함께 계신 걸 얼핏 본 것 같았다. 말을 서사의 매개가 아니라 운율의 매개로서 감각하는 사람들의 대화는 흥미로웠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이런 책을 보다 보면, 만약 내가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 책을 만든다면 누구와 주고받으면 재미있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글쎄, 이하진 작가에게 술먹지 말라고 밤새지 말라고 님이라고 언제까지나 청춘인줄 아냐 삼십견 오고 나면 이미 늦는다 하고 개 꼰대같이 잔소리하는 편지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음. (이하진 작가가 원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