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방식 – 정치영, 흰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언젠가 교토만 집중적으로 보고 오는 식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경주에 가는 것 이상으로 준비를 많이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렇다면 무슨 책을 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2, 3일 관광하며 볼 수 있는 루트란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고, 교토에서 살다 왔다는 사람들의 글에는 교토 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르며 의뭉스럽고 “어서 집에 가라”는 뜻으로 오차즈케를 권하거나 하는 식의 교토 사람들의 규칙을 모르면 눈치없는 사람이 된다거나,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물건이 따로 있고 안목있는 손님에게 보여주거나 단골 소개로 오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물건이 따로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아서였다. (그런 분위기가 어느정도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교토 사람은 전부 그렇다고 단정하는 건 차별 발언 아닌가? 한두 번 들을 때나 재미있지 계속 듣고 있으면, 마치 전라도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서는 경상도 번호판이면 주유소에서 기름도 안 넣어준다더라”하는 식의 악담을 하는 걸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때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 환자를 수용해 준 곳은 군산의료원 등 전북의 의료시설이었던 것 처럼, 전라도에서는 딱히 경상도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는 실제로 계속 보고 있지만.) 그게 아니면 또, 아저씨들의 환상이 섞인 게이샤 이야기거나.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언젠가 교토에 가기 전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책이다. 역사지리학자가 교토대학에 1년간 연구교수로 머무르면서 길가의 돌이나 간판, 맥주 브랜드, 가정집의 문패나 가게의 노렌과 같은 일상의 세밀한 풍경들부터 교토의 정원, 교외 마을의 한적한 풍경,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도로에 면한 쪽은 좁고 안쪽으로는 길어지는 가옥구조 등 교토라는 도시의 역사를 재구성해 쌓아올리듯 살펴보는 책이어서, 단순히 2박 3일 여행이면 어디어디를 찍고 무엇을 먹으라는 식의 가이드북이나, 자아찾기 힐링북, 또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들과는 달리 도시를 관찰하고 싶게 만들고, 이것저것 많은 것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은 여행을 가고 싶어도 당장은 갈 시간도 없지만, 언젠가 교토에 가게 된다면, 그래서 며칠을 느긋하게 머무를 수 있게 된다면 후시미의 양조장에 가서 아이스크림에 커피 대신 청주를 부어서 먹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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