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의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후궁물이다. 후궁물은 로맨스물의 하위 장르지만 몇가지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테면 남주는 트로피에 불과하고, 주된 갈등과 경쟁 등의 관계성은 후궁 내부의 여성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 여성들의 세계에 던져진 주인공이나 그의 동료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왔다기보다는 상황에 떠밀려서 오게 되었다. 납치되어 노예가 되었거나, 가문을 위해 선발에 나갔다가 입궁하게 되었거나. 그들은 밖에서의 평화로운 삶이나 때로는 진실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후궁이라는 세계에 들어온 이상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경쟁에서 포기한 자는 승자의 애랫사람이 될 수 밖에 없고, 때로는 생사여탈권을 빼앗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쟁과 복수로 물든 후궁이라는 세계에서 승리하려면, 남주를 차지하고 아들을 낳는 것은 물론, 정보와 권력을 쥐고 황후가 되고, 나아가 자신의 자식을 다음 황제로 만들고 황태후가 되는 길 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후궁 밖 세상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어떤 특권을 갖고 후궁 안팎을 오갈 수 있거나, 때로는 자신을 연모하여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고 후궁 안으로 들어오려는 서브남주도 있다.
“하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쫓기고 있거나, 팔려갈 위기에 처했거나, 범죄에 연루되었거나 누명을 쓰는 등 바깥 세상에서 더는 살 수 없게 된, 벼랑 끝에 몰린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들이 하인학교의 명함을 받고 리조트로 향한다. 별세계같은 리조트에 명함을 건네고 도달한 곳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고, 외부인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 일반인이 닿을 수 없는 “상류사회”를 모사한 듯한 하인학교다. 이곳에서 젊은 여성들은 “타겟”, 즉 재벌가 사람이나 1대에 걸쳐 신흥 재벌이 된 IT 기업 CEO 같은 이들의 취향과 습관, 마음까지 철저히 공략하고, 학급별로 단 한 명씩만이 졸업하여 “타겟”과 결혼하고, “주인”이 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 사이의 질투와 경쟁을 “얼굴에 흠집을 내지 않는 한” 방관하고, 학급별로 한명씩 스파이를 심어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거나, 때로는 분란을 조장한다. 학생들은 경쟁자가 실기시험에 사용할 재료를 바꿔치기 하거나 물리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등, 유일한 졸업생이 되어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분투한다. 원래는 후궁들끼리 죽고 죽이고 경쟁하고, 황태후나 황후가 그들의 분란을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것도 후궁물의 클리셰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대놓고 후궁을 묘사할 수는 없으니, 초혼에 실패한 상류층 남성의 재혼 상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신부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태의 이야기들도 대체로 이 후궁물의 도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신랑은 정해져 있고 이 사람의 신부를 선발한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 이야기들은, 신랑이 승리자와 결혼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상류층 남성들은 “하인학교”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자신과 급이 맞지 않은 여성과 결혼할 마음도 없다. 타겟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프로필을 내세워 결혼까지 가는 게 가능한가 싶은 부분을, 이야기는 상류층 곳곳에 하인학교의 손길이 닿아 있어서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마도 8부작 드라마를 생각하고 만든 듯한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영상으로는 배우의 카리스마나 연출로 설득해 나갈 수 있겠지만 텍스트로 읽기에는 힘이 빠진다. TV 화면에서라면 눈에 보이는 화려함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명품으로 가득한, 상류사회의 복제와 같은 하인학교의 풍경도 텍스트로는 “그래봤자 드라마 등에서 만들어낸 재벌가의 상을 다시 조악하게 모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자꾸 품게 만든다. 서구적인 전문 하인을 양성하는 학교로, 사실은 수많은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고 독립운동에도 관여했다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이 학교가 왜 상류층 남성과 결혼해 단 한 명만이 살아남은 후궁 서바이벌의 형태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설득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후궁물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황태후라는 존재로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이, 현대물로 오면서 1대 1로 대응되기 어려워진 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는 정보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그 많은 정보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TV 드라마였으면 넣을 수 있는 배경 설정의 한계가 있었을 테니 이정도로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는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봤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영상화 계약도 되었다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