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6년 6월 신주쿠의 한 구립 초등학교에서 23세 신입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다. (중략) 괴물 부모라는 용어가 결정적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중략)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몬스터 페어런트>라는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2023년 서이초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부모의 갑질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문제 학부모의 갑질로 인한 학교 문제들은 계속 있었다. 내 친구 중에 교사를 하는 이도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다 병에 걸리기도 했고,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우리 아이를 햇볕 아래에서 체육활동을 하게 하지 말라”면서, “우리 아이만 빼놓고 다른 아이들이 체육 수업을 받는 것은 차별”이라고 우겨대던, 그러면서도 자기가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던 학부모 때문에 존경받던 베테랑 선생님이 휴직을 하시는 일도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학부모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병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이나 홍콩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자살한 이후로, “괴물 부모”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
괴물 부모에 대해 일본과 홍콩에서는 ‘교사 공격대’ 같은 표현도 제기되었는데, 이런 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자기 자녀를 놓고 벌이는 이상 행동이 교육 현장을 잔혹하게 파괴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여러 교사가 자살했고, 우리 나라에서도 여러 교사가 자살했다. (중략) 이런 괴물 부모의 자녀들은 잘 성장했을까? 자살, 부모 살해, 마약 중독에 이르는 등 결코 온전한 성장을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이야기도 좀 해 보자. 분명히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미술 시간이나 과학 시간에 했던 활동들, 예를 들면 서예라든가, 조각칼로 고무판을 파서 판화를 만들거나 알루미늄 판을 긁은 뒤 산을 부어서 에칭을 하고,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이고 뚜껑을 닫아 불을 끄는 일들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도록 폼보드에 송곳이나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판화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옷에 먹물이 튀어서, 애들이 조각칼을 쓰면 손을 다쳐서, 화학약품이나 성냥을 사용하다가 조금 데는 정도로도 학부모의 항의가 쏟아져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신 과학실험 사교육 전문 학원 따위가 생기고, 인터넷에는 집에서 “엄마표로” 할 수 있는 학년별 과학실험 키트들이 잘 팔리고 있다. 그야말로 문제 학부모들이 남의집 아이들(특히 부모가 이런 학업과정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원래는 학교에서 배웠어야 하는 부분들을 사교육으로 밀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서, 초등학교 3, 4학년이 되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다. 받아쓰기도 예전처럼 수시로 하지 않는다. 글씨를 깨끗하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 알림장이나 독서록 검사를 하는 것이 학대라고 주장해서 아예 알림장이나 독서록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기주도형 학습 학원”이라면서 알림장이나 플래너 사용법을 가르치는 학원, 노트 필기를 가르치는 사교육이 존재한다. 관심을 갖고 아이를 지도하려는 부모들은 다른 일 할 시간에 아이를 직접 가르치면서 “우리 반 애들 아무도 이런 것 안 하는데”하는 볼멘 소리를 듣거나 또는 사교육을 선택하게 되고, 그럴 시간이나 재정 형편이 되지 않으면 방치하게 된다. 문제 학부모가 정말로 애들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날이 느끼게 된다.
괴물 부모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자기 자녀의 존재감, 지위를 확보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 지위도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 전쟁이 시작된다. 이 전쟁 과정에서 유치원과 학교의 관리자나 교사들이 자기 자녀를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해 이들을 저항의 대상,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자신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큰 피해의식을 가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바로 이런 자들 때문에, 선생님께 뭘 여쭤 볼 때 마다 “저는 악성 민원을 넣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한 문의입니다”라고 온몸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학교 안에서 다른 학년에서라도 문제 학부모가 교사를 규탄하거나 하는 사건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선생님들이 다들 방어적이 되셔서 그냥 평범하게 알림장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문의하려고 메시지를 드렸다가도 굉장히 방어적으로 반응하시는 것을 보게 되니까. 어쨌든 이런 일들을, 책에서도 읽지만 현실에서도 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육아의 대부분을 어머니가 도맡게 되는 가부장제 사회와, 공부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 사회에서, 독박 육아에 시달리던 부모는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아이의 성과를 자신의 성공처럼 여기게 된다. 여기에 저출생으로 인해 한 명이나 두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대세가 되며 육아는 유일하고 특별한 경험이 되고, 과잉보호로 이어진다. 이런 각자도생과 성공에 대한 강박, 그리고 극단적인 내 자녀 이기주의가 괴물 부모를 만들어낸다고 요약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아이 역시 고통받고 있다고. 아마도 한 가지 더, 지금 학부모인 40대들은 학교에 다닐 때 교사에게 부당한 인격모독이나 구타를 밥먹듯이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도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약 2,30년 동안 교육 현장이 변하고, 학생들이 인격을 존중받게 된 것은 다행인데, 그 과정에서 저런 악성 민원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건 정말 문제다.
괴물 부모의 본질은 자기 증오와 자기 연민이다.
이 문제에 대해, 내버려두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은 계속 한다.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문제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담임 선생님을 지지하기 위해 역으로 민원을 넣으면 된다, 저들은 교사는 공격해도 다른 학부모는 공격하지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그렇게 되면 민원을 처리하느라 등이 터지는 것은 학교일테고. 좀 더 정책적으로, 교육청이나 교육부 단위에서 문제 학부모가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민원을 넣는 것을 차단하고,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텐데. 물론 이 책에서도 원인에 대한 분석은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없다. 정책적으로, 또 법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어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