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남을 사람들

사실 내 부모님을 포함한 2찍하는 사람들, 정말 자기 자식이 끌려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엊그제 친정과 전화하는데 탄핵 정국에 쓴 소설(도서전 무렵 나옵니다)에 나오는 아저씨가 하는 대사랑 90% 똑같은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느꼈지. 사실은 그 전에도 통화하면서, 계엄이 그때 막히지 않았으면 나도 내 지인들도 잘못되었을 것이다, 라고 말했는데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나이가 몇이니, 헛짓거리 하다가 다른 가족에게 폐 끼치지 말고 등등) 결국 손주들 교육문제까지 와서야 설득이 가능했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날 밤에 느꼈던 공포, 제6공화국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던 절망, 며칠전에 마감한 글의 내용을 떠올리며 “손가락 몇개쯤 잘리겠네”하고 낄낄 웃으며 허세를 부리던 마음, 달려가진 못해도 지켜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던 마음들은 망상이 아니라 실재했지. 이미 그 현장에 달려가 있는 내 친구들과, 국회 담을 넘는 의원들과, 장갑차를 막아서는 사람들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헬기에서 연상되는 광주와 죽음과 그 많은 것들을, “아무 일 없었으니까 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더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같이 갈 수가 없지. 완전히 어긋나버린 세상에서 살기 싫어서 이런저런 최악들을 각오하고, 그러면서도 내가 없으면 내 가족은, 고양이는, 아이는, 그런 걱정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농담처럼 뒷일을 부탁하고, 그런 생각을 했던 이들에게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인데.

고분고분하지 않은 너희 불령선인들, 할말이 많은 너희들은 모두 계엄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그 기준은 우리가 정한다 식의 막가파 포고령을 두고도 “아무 일 없었다” “국회가 잘못해서 한 일 아니냐”고 생각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그나저나 어떻게 내란을 일으키고 계엄을 선포해도 40%가 저 당을 지지하는 거냐고.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태그: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