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종종 하던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권교정 선생님께서 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부터 희미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김진 선생님께서 60세가 되시던 해를 전후해서 절박해진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선생님들을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작업을 하셨는지, 그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청소년기에 어떤 작품을 읽고 영향을 받으셨는지, 그밖에도 좋은 인터뷰가 갖추어야 할 여러가지 덕목들을 갖춘 인터뷰와, 작업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분들을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5년이 지나면 작업 영상을 기록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10년이 지나면 인터뷰가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최저시급으로 계산해서 연 2천만원정도만 있다면 1년에서 2년정도 휴직을 하고 이 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구나, 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내 책상에 꽂혀 있는 우라사와 나오키 인터뷰집을 볼 때 마다, 저런 걸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한탄하면서.
그래서 이빈 선생님 에세이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 “직접 써 주시면 감사하죠, 선생님!!!!!!”이었다. (……) 비록 내가 사랑하는 이빈 선생님의 훨씬 세고 화려한 느낌의 과거 작품들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이빈 선생님의 소녀시절과 “안녕 자두야”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책은 훗날 이빈 선생님과 만화 “안녕 자두야”를 분석하는 사람들(학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소스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수작업으로 만화 그리기”라는 짧은 에세이 두 편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했다. 이런 것이 기록되어야 한다고. 더 유실되기 전에, 선생님들이 아직 현역이실 때. 이빈 선생님의 소녀시절 이야기들이 담긴 “Look back at my story”을 읽다가는, 1986년 아시안게임 전에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동인지를 만들고, “여학생”, “소녀시대” 지를 통해 홍보하거나 교류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대충은 들어 알고 있는 나도 글로 확인할 때 다시 한번 “아, 이게 글로 남아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는데, 10년 뒤의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기록해야 하는데 기록할 시기를 놓쳐가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