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생각의 길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적 사고’였다.(중략) 윤석열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와 같다. ‘의도’가 아니라 ‘본성’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중력)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코끼리의 잘못이 아니다. 거기 들어가게 한 사람들이 잘못했다.

지난 총선 직후 나온 이 책의 도입부부터 유시민은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자체를 잘못된 일로 정의하고, 윤석열의 행보와 앞으로의 전망을 마치 최애캐를 분석하는 오타쿠처럼 세세하게 분석한다. 그는 국민의 힘 정치인과 당원들, 언론인의 잘못을 말하지만, 유권자의 일부는 총선에서 다른 선택을 하였음을 지적하며, 이에 기반해 윤석열의 운명을 내다본다. 자진 사임과 협치, 그리고 야당과의 계속된 대결 노선 중 하나가 되리라고. 물론 유시민도, 이 책을 읽었던 독자도 윤석열이 반성할 리 없고, 계속 대결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유시민도 그 예측을 지금 다시 읽고 있으면아주 엇나간 것은 결말 뿐인데, 그 유시민조차도 윤석열이 설마 2024년에 계엄을 선포하리라고, 그리고 국회가 그 계엄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며 그가 몰락하리라고까지 써놓진 않았다. 그럴 가능성을 생각해 보긴 했겠지만 이런 식으로 터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또 계엄이라는 것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함부로 필설로 쓸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조국에 대해. 사실 나는 조국이 무결하고 무류한 것 처럼 걱정하고 슬퍼하는 사람들도 많이 알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 출신도, 자식의 앞길을 위해 인맥이나 이런저런 것을 동원하지 못하는 부모를 둔 것도 아니었던 사람 입장에서는 그가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명백한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 해도 찜찜한 정도는 선을 밟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와 그 가족이 겪은 일이 말도 안 되게 가혹했으며, 같은 기준으로 국힘 정치인들을, 그리고 학군지 사람들을 단죄한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명백한 정치보복임에는 틀림이 없다. 당장 한동훈의 자녀의 입시 관련 기사들만 찾아보아도,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조국을 ‘공소권 없음’ 상태로 만들고 싶어하는 저 모든 법률적 공세가 부당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조국의 그 점을 찜찜하게 생각하면서도, 조국 가족이 겪고 있는 가혹한 상황에 대해서는 이쪽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 하는 놈들이 앞에 있는데. 유시민은 그에 대해, 그리고 이재명이 겪은 거의 사법살인을 노리고 있는 듯한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바로 조국과 이재명을 두고서.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은 사람(보수)이 남을 위해 세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면 사람들은 칭찬한다. 보수도 칭찬하고 진보도 칭찬한다. 그런데 반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세상을 위해 사는 것 같았던 사람(진보)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햇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모두가 비난한다. 보수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라 욕하고 진보는 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며 분개한다. 윤석열은 이것을 노렸다.

그는 조국은 이미 한번 죽었는데 살아난 자, 그래서 윤석열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자라고 한다. 이재명은 죽이려 했지만 죽이지 못한 자라고 말한다. 마치 그리스 비극의 인간군상들같은 이들을 두고, 한때 자신의 “최애”였던 노무현을 잃었던 유시민은, 이제 새롭게 자신의 “차애”가 된 이재명을 두고 말한다. 그는 수모를 견디는 힘이 강한 사람이라고.

정치의 목적은 위대하지만 일상은 남루하다. 정치인은 이 역설을 견뎌야 한다.

수모를 견디는 남보다 강했기에 끝내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그 반역의 순간에 목숨을 걸고 달려가 국회 담을 넘었다. 그것이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결정지을 것이다. 어쨌든 이재명도 유시민도, 이런 식의 파국도,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그 칼날을 그렇게 막아낼 수 있을 것도, 수없이 상상하고 대비는 했으되 정말로 이렇게 벌어질 거라고 확신하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밤에 그들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고, 우리 모두 살아서 그 반역자 새끼들을 욕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아직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지만, 유시민이 국힘을 조곤조군 까는 그 구절을 인용하며 좀 낄낄 웃기로 했다.

‘국힘당’이라 약칭을 쓴 이유를 해명하고 넘어가자. 나는 ‘국민의 힘’을 믿는다. (중략) 하지만 ‘국민의힘’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국민 절반이 싫어한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려고 약칭을 쓴다. (중략) 냉정하게 말하면 그대들의 잘못이다. 감히 국민의 힘을 참칭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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