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작가들의 장르문학 특집 기획으로, 인천 십정동과 주안, 가좌동 사이에 있었던 염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 “다 카포(D.C)”가 게재되었습니다. (보러가기)
이 소설에는 1964년 계엄이 언급되는데…. 이거 쓸 때 까지만 해도 지난 며칠간의 일은 상상도 못 했었죠.
다 카포의 주인공은 바이올린을 만드는 현악기 루티어입니다. 인천은 항구도시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릴때도 동인천행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북항에서 거대한 원목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인천에서는 그 나무로 가구도 만들고(가구단지들도 여럿 있죠) 악기도 만들었습니다. 영창피아노, 삼익악기, 콜트콜텍, 정현첼로, 심 바이올린 등이 인천과 부천에서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후발주자까지 하면 유명한 효정바이올린도요) 한국의 클래식 악기의 역사는 인천 북항의 역사와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클래식 악기 뿐입니까. 한국에서 로큰롤이 가장 먼저 유행한 곳 중 하나가 부평 미군부대 앞, 애스콤 시티였습니다. 왜, 지금은 캠프마켓 자리를 호수공원으로 만들라는 (나같으면 거기서는 삼각김밥도 안 까먹을 텐데) 지극히 부동산 원리주의적 주장도 나오는 그 동네요. 그래서 인천엔 지금도 수제기타 공방도 많습니다.
여튼간에.
……지금 환갑이 넘은 루티어가 아직 어렸을 때, 그의 이웃에는 1964년 계엄과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하다가 끌려가 고문을 받고 돌아온 친척이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고를 보내놓고 교정지까지 보고 났는데 우리 내란수괴가 계엄을 선포하는 걸 보고 정말 혼비백산 했었습니다. 6공화국의 끝이 이런 식이라니 절망적인 것이 제일 컸지만, 이 소설이 마음에 걸렸어요. 사실 국가폭력을 다룬 단편집을 내거나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같은 제목으로 현 정부를 풍자한 소설을 쓰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계엄 나오는 원고 넘겼는데 계엄이 딱, 터지니까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ㅅㅂ 그동안 쓴 게 있으니 손가락 한두개는 잘리겠구만.” 하고 허세를 부리다가 생각해보니. 계간 “작가들”은 얼마 전 종이잡지에서 웹진으로 옮겨갔어요. 그런데다가 폭탄을 떨어뜨리면 안 될 것 같고. 그러면 이 원고 회수하고 마감까지 다시 쓸 수 있나, 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정작 내용은 악기 만드는 루티어의 인생을 다룬 서정적인 이야기였는데 말입니다. 이거 어쩌지 새로 단편을 써? 하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보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이 계엄 막아야 하는데, 막을 수 있나? 막으면 좋겠다 하는데 영상을 틀어보니 하늘에서 헬기가 내려오고. (아득)
그리고 열흘동안 원고도 못 쓰고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두시간마다 깨서 뉴스 확인하다가 어젯밤에야 푹 자고 일어났어요. 그리고 이 날에 맞추려던 건 아니었지만 오늘, 이 소설이 공개되었고요.
인천과 바이올린 제작의 역사에 대해 취재하는 데 도움을 주신 문병식 현악공방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