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을 걷다” 출간되었습니다

박애진 작가님의 “라비헴폴리스 2049″와 듀나 작가님의 “2023년생”이 나올 때 마다 변죽을 울리고 있었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 “달의 뒷면을 걷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몇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끝내주게 오타쿠같은 기획은 제가 했습니다. (뻔뻔)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한국 SF의 맥이 끊어진 게 아니라 순정만화가 그 맥을 잇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지금 한국의 SF 작가 중에 여성 작가 비율이 적어도 50% 이상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이런 기획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고 당연해서, 어째서 이전에 이런 기획이 안 나왔는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인데 없더라고요. 말하자면 “보고 싶은데 쓰거나 기획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번에도 내가 저지를 수 밖에”의 연장선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제가 이 시리즈를 기획했기 때문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인데, 사실 90년대를 풍미한 SF 순정만화의 외전을 지금 시대의 SF 작가들이 소설로 쓴다는 기획의 시작은, 바로 이 디오티마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하고, SF 리뷰집인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는요. 그때 정말 비슷한 시기에, 권교정 선생님께서 암 투병중이시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틴스피릿의 김지은 선생님도 돌아가시고, 또 웹툰 작가님들이 갑상선암 등에 걸리셨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어요. 그때 저는 정말 분한 마음이 끓어올랐던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순정 SF만화가 대단한데! 우리가 이렇게 저분의 만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살아계시고 건강하실 때 평론도 더 많이 나오고! 후대의 작가들이 이렇게 영향을 받았고 이렇게 존경한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뭐 후대의 경의와 존경을 받고 그러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기획이, 강경옥, 신일숙, 권교정 작가님들의 허락을 받아, 박애진, 듀나 작가님과 제가 소설을 쓰는 형태로, 과거의 SF 순정만화를 현재의 SF 작가들이 다시 쓰는 시리즈로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여기 세 작품은 90년대 전기 및 후기의 SF만화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입니다만, 이 시기에는 경의를 표해야 할 훌륭한 순정 SF작품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 작품들로 참여하기를 원하셨던 작가님들(SF)이 더 계셨습니다만, 바로 이와 같은 허가 관계로 성사되지 못한 건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라인업에 들어가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서도 아마 많은 SF 작가들과 독자님들은 경의를 표하고 계실 것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싶으셨을 줄 압니다만, 그렇게 되어서 이번에는 세 권이 나오게 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부디 원작 사용을 허가해 주신 세 분, 선생님들께도 이 존경과 경의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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