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인 2012~2013년 전에 유행했던 엘리베이터 도시 괴담 중에, “이세계로 가는 엘리베이터” 괴담이 있다. 10층 에상의 건물에서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혼자 탄다. 엘리베이터에 탄 채 4층, 2층, 6층, 2층, 10층을 차례대로 눌러 이동한다. 이때 누군가가 타면 실패한다. 10층에 도착하면 내리지 않고 5층을 누른다. 이곳에서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타면 성공이다. 여자가 타면 1층을 누른다.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1층이 아니라 10층으로 향한다. 도착한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밖은 이세계고,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도시괴담은 꽤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 만화 웹툰, 라이트노벨과 웹소설에서 이 괴담을 소재로 쓴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이 엘리베이터로 나올 이야기는 다 나오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바로 이 괴담이 유행하고 꼭 10년이 지난 지금, 바로 이 이야기로 괴담이 아닌 타임슬립물이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과거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물론 특정한 도구를 이용한 타임슬립 물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정형화된 면도 있다. 과거로 돌아가고, 지나간 시간을 바꾸려고 하거나, 혹은 고정하려고 하는 사람의 욕망은 수많은 타임슬립물이 다루어 온 익숙한 소재다. 이 이야기는 여기에 두 가지 제약을 더한다. 한 가지는 과거로 돌아가는 인물은 소년이며, 타인과 자신을 구하기 위한 욕망으로 움직인다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시간 여행의 제약은 아파트의 역사와 함께하고, 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는 반드시 특정 시점에 붕괴한다. 즉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는 것. 그 제약들 속에서 주인공은 거듭해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들과 작별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아파트라는, 공간 위에 마치 시간축마냥 수직으로 쌓아올려 사람들의 삶을 중첩시킨 공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