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케아 만들기 – 엘리스 메이저, 샬롯 리버스, 이지민 역, 시그마북스

그러니까 예전에 마사 스튜어트 붐이 일었을 때도 그렇고, 최근 인스타나 유튜브의 쇼츠, 릴스로 올라오는 (예쁜 쓰레기 만드는) 크래프트나 리폼, 업사이클링 동영상들도 그렇고, 진심으로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1. 기성품을 자기가 해체해서 만들면 더 나은 무언가가 된다고 확신하나? 설계와 대량생산과 정밀가공의 장점을 잊은 건가?
2. 저렇게 만든 것이 정말 예쁘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 위한 무언가인가?

일단 수납관련 책들을 찾아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바꿀 만한 물건들은 이케아에서 사다가 조립한 것도 꽤 있고. 이 물건들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서 아이들 성장에 맞춰 좀 더 쓸모있게 만들거나 하는 일에는 관심이 있으니까 읽었는데, 이것은 그런 업사이클링 책이 아니고…… 그냥 이케아에서 부품을 사다가 이케아 기성품보다 예쁘지도 튼튼하지도 않은 무언가를 만들고 “나만의 개성”이라고 말하며 만족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가 싶은데…….

일단 싫증나거나 얼룩이 생긴 쿠션 커버나 베갯잇에 다른 패브릭을 붙여서 사용하는 건 좋은데, 직물용 접착제로 붙여봤자 오래 못 간다. 이케아 칼락스 책꽂이는 생각보다 내구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걸 옆으로 눕혀서 독서 벤치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은 알겠지만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케아에서 나온 의자의 곡선형 등받이를 떼어서 의자 다리에 붙이고 흔들의자를 만들겠다는 건…… 야, 이케아 본사 직원들도 자기네 의자 등받이가 그정도로 내구력이 좋진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이 무슨 총체적 예쁜 쓰레기 만들기 리스트, 인스타나 유튜브 숏폼 동영상들만도 못한 소리야.

밋밋한 서랍에 구리 손잡이를 달거나 수납함에 바퀴를 달아서 밀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는(층간소음 문제만 제외하면)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기능상의 개선이 아니라 그냥 검고 희고 밋밋한 이케아에 색을 칠하거나 패브릭을 붙이는 식이다. (그리고 이케아도 자체적으로 도장이 되어 있는데, 젯소 발라야 안 벗겨지지 않냐고…….) 그리고 그냥 두는 자리를 달리 하는 정도를 “용도를 뛰어넘는 업사이클링”이라고 말하는 것 보고 좀 기함했다. 양념통 선반을 욕실에 갖다 걸면 욕실 선반이지, 이걸 과연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내가 안 쓰는 책꽂이를 뒷베란다에 두고 세제와 청소도구 수납장으로 쓴 지 오래 되었는데, 설마 양인들은 이런 것 정도로도 감탄하는 것인가. 마사 스튜어트의 길이 멀지 않았다니 놀랍네. (빈정거리는 중)

좀 재미있게 본 것도 있긴 있다. 1단 침대로도 벙커 침대로도 쓸 수 있는 어린이 침대 제품을 벙커형으로 뒤집어 놓고, 여기에 창문 형태로 구멍을 뚫은 합판을 붙여서 정말로 아지트를 만들어 준다거나. 아니면 방수가 되는 러그를 이용해서 옥외용(정원용) 쿠션을 만들거나. 둘 다 내가 시도할 생각은 없지만. 그리고 설령 베란다에 놓을 쿠션이 필요하다고 해도 러그를 잘라서 바느질로 이어붙일 기력은 없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에서 내가 실천할 만 한 건, 때가 많이 탄 이케아 바구니 하단에 페인트를 칠하면 된다는 건데…… 아니, 그게 책으로 써놓아야 할 만큼 특별한 무엇이냐고요.

대체 왜, 멀쩡한 물건을 가만히 못 놓아두고 못생기게 만들면서 “나만의~~~”, 별로 특별할 것도 없이 남들 다 하는 짓을 하면서 “나만의 감성♥” “나만의 비결☆” 그러느냐고. 너의 감성은 별로 특별하지 않아요, 그 말을 굳이 쫓아다니면서 하고 돌아다닐 만큼 성질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책으로 묶어서 내놓으려면 좀 쓸만한 이야기들이었으면……. 뭐,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들어오고 한참 이케아 붐 일었을 때의 산물이라고 믿고 싶다.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