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국제도서전과 안전가옥 부스

소문대로 입장하자마자 어디선가 “일곱권 구매하셨습니다”하며 박수소리가 들렸고 가자마자 역시 아니나 다를까 사인하라고 하셔서 후다닥 사인부터 하고 나와서 돌기 시작했다. 책 사고, 사인하고, 친구와 만나서 밥 먹고, 에이전시 대표님과 차 마시고, 또 책 사고.

예년의 절반밖에 안 되는 전시관 넓이 때문에 주빈국에게도, 외국에서 한국 문학을 수입하러 온 바이어들에게도 너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정말 이번 정부가 여러 면에서 문화예술을 씨를 말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조금 울분을 느끼며 갔는데 행사장 자체가 좁다고는 하지만 평일 아침 아홉시 좀 넘은 시각부터 줄을 서서, 그야말로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 예년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책과 굿즈도 그만큼 나가고 있다는, 복수의 출판사들의 말을 들으면서, 읽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누구를 위해 책을 쓰고 만드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여튼 작가는 어떤 책을 만드는 동안 편집자와 연락하는 정도고 요즘은 그나마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다. 내 책을 인쇄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인쇄하고 제본하고 운반하고 매대에 깔고 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직접 볼 일은 거의 없다. 도서전은 그 과정의 일부나마 보는 행사이기 때문에 도서전에 다녀올 때 마다 “누가 내 책을 그저 텍스트로 만들어진 이야기 무더기, 에서 책으로 만들어 주는지”도, “그 책을 누가 사 가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게 다는 아니지고 사실은 축제지만, 여튼 그달 원고료를 다 탕진하더라도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행사인 데는 그런 이유도 좀 있을듯.

그런 점에서는 내향인들이 드글드글한 작가와 독자들의 축제 한가운데에 안전가옥같은 외향적인 회사가 있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다. 좀 창피하긴 하지만 독자가 책을 지른 걸 어디서 이렇게 요란하게 축하받겠으며, 작가도 어디 가서 이렇게 축제의 중요 인물들처럼 환영받겠느냐고…….. 물론 나는 책을 몇 권 집었다가, 줄을 오래 서는 것도 귀찮고 짐도 이미 많고 여섯권 사셨습니다 박수, 를 당하는 것도 창피해서 그냥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나왔지만 ㅋㅋㅋㅋㅋ (구경은 즐거운데 내가 그 박수를 받고싶진 않았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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