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부터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젠더리스가 아니라 “젠더리스 패션을 좋아하는 꽃미남”이자 SNS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메구루와, 평범한 편집자인 와코의 사랑이야기. 즉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메구루는 연애경험 없는 여성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급의 연애대상처럼 묘사된다. 그는 “예쁘고”, “젠더리스 스타일로 입고 다니며 유행의 최첨단을 걸으며”, “가사에 능숙하고”, “스스로는 무척 귀엽고 예쁘게 잘 꾸미지만 주인공이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사랑”한다. “주인공이 자잘한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배려하고”, “상냥하게 리드하고”, “때로는 주인공을 화려하게 변신시켜주지만 그에 대해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는”, 너그럽고 감정적으로는 아주 친한 여자친구같은 남자다. 그는 “예뻐서 같이 나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지만 주인공에게 일편단심이고, “잘 생긴 남자와 투샷으로 서서 커플 기믹을 보여”서 주인공이나 다른 여성들을 불타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게이는 아니다. 그런데다 주인공과의 궁합도 꽤 좋고, 주인공의 부모님도 그를 좋아한다.
제목부터 젠더리스를 표방하지 않았다면, 그냥 꽃미남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라고 했으면 이 이야기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젠더리스와 젠더리스 스타일의 차이도 구분하지 않은 채 나온 이 이야기는, 젠더리스를 표방하며 “이상적인 여자친구의 장점을 다 갖춘 절륜한 남성”이라는 가상생명체에게 “익애”받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미남과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전유한 헤테로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