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

웅크 – 나유진

“일상날개짓”의 나유진 작가님이 오랜만에 선보였던 치유계 만화.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한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에서 과거로 돌아가, “빛무리”로 표현되는 생 너머의 차원에서 길잡이가 영혼의 빛덩이를 안고 지상으로 내려오며 생명이 시작되고, “아기섬”으로 표현되는 자궁에서 그 생명이 깨어나 웅크라는 이름으로 아기섬에 280일동안 머무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초반에 수정 과정이나, 세포분열과 착상 등의 과정이 꽤 자세하게 나오고, 아기섬에서는 반려신경체인 뉴렁이(뉴런)과 의인화된 여러 영양소들의 도움, 그리고 거북이 형태의 길잡이인 자비의 돌봄을 받으며 웅크가 성장하는 내용이 나와서, 처음에는 처음에는 아기의 성장과정이나 산모의 정신적, 육체적 변화, 출산 등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실제로도 초반에는 예상치 못했던 임신, 이전의 임신 실패 등으로 걱정하고 당황하는 엄마의 모습이나, 임신 초기의 입덧 등에 대한 묘사들만 보면 임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만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이는 흐름은 그보다는 좀 더 인간의 영혼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사실 한동안은 계속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웅크가 앞에 나온 그 고등학생이니까 무사히 태어나긴 할 텐데, 영혼이나 인연, 빛무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칫 좀 종교적인 이야기로 흐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전에도 좋아하던 작가님이 어쩌다가 사이비 종교로 흘러가는 과정을 본 적이 있어서 더 걱정되었다. 웅크의 아빠가 또 다른 시련을 겪고, 우리가 이번 생에서 겪는 일들이 각자의 과제인 것, 그리고 빛덩이와 길잡이들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들로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지만, 지구 밖의 빛무리라든가 무한의 힘 같은 이야기들이 예전에 읽었던 인디고 아이들, 크리스탈 아이들 같은 신비주의 계열 이야기들을 연상하게 했다 보니, 말끔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쪽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