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플루토

플루토(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플루토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그대로 움직이게 한 것 같아서 오리지널의 맛은 별로 없는데, 그래도 원작에서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대사 한두마디라도 더 들어가서(예를 들면 왜 플루토와 보라가 맞부딪치고 마그마가 얼어붙고 눈이 내렸는가) 설명을 해 주는 게 좋았다. 장점도 단점도 거의 원작의 것이었다. 만화 원작 연재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몇 가지 눈에 거슬렸다. 왜 지상 최강의 로봇들은 전부 남성형인가, 부터 시작해서. 로봇들이 가정을 이루고 사는 거야 그들도 무리지어 살고 싶은 욕망이 있고, 또 인간을 본받고 싶어 한다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왜 “기본형” 경찰 로봇의 배우자 로봇이 굳이 앞치마를 입고 있고, 남성형 외관을 지닌 게지히트의 배우자는 금발에 조신한 스타일(그러나 전문직)로 입고 있는가. 로봇인데 누구는 게지히트 부부처럼 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 순찰을 도는 경찰 로봇은 그야말로 기본형의 디자인에,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가. 등등. 이런 최첨단의 로봇들이 활약하는 이야기인데도,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의 어떤 부분은 “20세기 일본”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좀 기대했던 것은 엡실론이었다. 설마 지상 최강의 로봇이 전부 다 남성형엡실론이 물론 우라사와 나오키 버전에서는 선이 가는 미청년으로 나오긴 했지만 최강의 로봇들이 전부 남자인데다 과거 엡실론이 여성으로 나온 버전들도 있었어서 더빙은 여자 성우가 해주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는데 역시 남자였(그리고 원작보다 더 요한같았다)

오챠노미즈 박사님 정말 좋은 사람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노스 2호 에피소드 역시 좋았는데 기대만큼 좋진 않았고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제목이 바뀌었던 것 같고 의외로 애니메이션 판에서 좋았던 것은 브란도였다.

그리고 텐마 박사에게 안경 씌워 놓으니까 확실히 머리 벗겨진 이카리 겐도같(…….막말)

근데 플루토의, 우라사와 나오키가 해석한 텐마 박사는 사실 그럴 수 있다.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 과학의 신이거든요. 그는 사랑하는 아들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을 만든 신이고, 자신의 피조물에게 “만족”할 수 없고 “배신감”을 느낀 신이고, 과학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들을 만든 신인데. 그의 피조물인 아톰은 과학의 아이이자 세상 누구보다도 사람과 세상과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랑의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죽자 텐마 박사는 돌아와서 그 피조물을 과학의 힘으로 “부활”까지 시키죠. 그리고 그의 피조물인 아톰은 사랑을, <스포일러>는 지구를 박살낼 증오를 품게 되었고. 텐마 박사 어휴 저 이카리 겐도의 원조같은 새끼 하고 보다가 보면, 이쪽은 정말 과학의 신이라는 설정이긴 했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겐도는 망한 사랑 때문에 흑화한 하남자고.(웃음)

근데 그와 별개로 <스포일러>의 피조물이, 사실은 세상을 꽃으로 뒤덮을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 메시지는 정말 아름답죠. 인간의/로봇의 성선설을 믿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야.

마지막에 오챠노미즈 박사가 텐마 박사에게 하는 말도, 사실은 절망적인 순간에 의지를 가진 인간이 신에게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에 가깝죠.

근데요, 사실 “몬스터”의 세계 말인데. 이거 테즈카 오사무 월드의 안티테제 같잖아요. 덴마 박사(이쪽도 天馬임. 닥터 덴마와 텐마 하카세는……)가 죽은 줄 알았던 열살 난 아이를 되살려냈는데, 그 애는 악마잖아요. 방랑하는 의사는 블랙잭이고. 이름 없는 괴물이 이름을 갖게 되면서 “너는 더이상 괴물=몬스터”가 아니게 되었지만, 요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괴물이 다른 괴물을 잡아먹으며 “아무도 이름을 불러줄 수 없게 된” 된 것과, 로봇인 아톰이나 다른 최강의 로봇들이 인간보다 더 깊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을 등치하면. 약간 이, 몬스터 안에서의 “이름 없는 괴물”이야기가, 철완 아톰에서의 “지상 최강의 로봇” 에피소드 절망편 같이 보이기도 한단 말이죠. 그 맥락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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