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

전주에 갔다가 마당창극 “오만방자 전라감사 길들이기”를 보고 왔다. 물론 폭염경보기 심각한 상황이라 마당이 아니라 실내에서 봤지만, 원래는 한벽문화관 혼례청 마당에서 한다고. 한벽문화관은 전주에 있는, 조선 전기의 문신 최담이 지은 누각인 한벽당에서 이름을 딴 것인데, 그래서인지 전라감사와 계월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곳이 한벽당으로 설정되어 있다.

마당놀이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마당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관람예절에 엄격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좋았다. 스토리 자체는 뇌물을 밝히며 시와 예술을 멀리하며 자신에게 직언을 하던 주 공방을 귀양보낸 신임 전라감사가, 주 공방의 딸로 관기들에게 시와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인 계월을 보고 반하여 새 사람이 된다는 단순하고 익숙한 전개인데, 판소리 창법의 노래와(특히 이방 역 맡으신 분 노래하실 때 마다 귀를 쫑긋 세웠다.) 해학적인 대사들, 여기에 노골적으로 전주 특산물을 홍보하는 대사와 상황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고(전라감사에게 바치는 뇌물로 “전주에서 장인이 140번의 공정을 거쳐 만든 명품중의 명품 부채”라면서 합죽선을 내민다거나) 중간에 이방이 협찬을 줄줄이 읊거나, 전라감사가 관객석 중간을 돌아다니며 협찬받은 쌍화탕을 나눠주는 등 협찬사 홍보가 나오는데도, 그게 전부 전주 관광과 연관된 곳들이어서 나름 유쾌하다. 중간에 상모돌리기를 하거나 부채춤이 나오기도 하는 등, 객석 규모가 크지 않은 것에 비해 화려한 공연이다. 어린 아이들이 와도 되고, 사진, 동영상 촬영도 적극 권장하고 있고.

홍보가 좀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이 무척 더웠으니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릴 법도 했는데 관객이 많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옥마을에서 조금 걸어가야 하는 애매한 위치다. 숙소에서 30분 정도(어른 걸음으로는 20분 정도) 열심히 걸어가면서도 풍남문 같은 쪽에 셔틀버스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포스터가 좀 여기저기 붙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예매도 당일까지 받으면 좋지 않았나(예매는 전날까지 가능)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어린이 동반한 가족들이 왔는데 어린이들도 다들 신나게 즐기는 것을 보면, 한국어나 한국 풍습에 서투른 외국인들도 좋아할만한 공연이었는데, 자막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태국가서 굳이 시암 니라밋 쇼 보고, 대만가서 굳이 경극 하일라이트 쇼 같은 거 보고, 외국 가서 남의 나라 인형극 간추린 것 같은 거 보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한국 와서 마당놀이 보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한옥마을 근처라 입지도 좋은데 자막이 없네(……) 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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