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가 끝나마자마 들어온 후처와 이복 여동생은 순식간에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는다. 아버지의 무관심과 계모의 학대 속에서 구박받으며 자라던 소녀는 훌륭한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자신의 본래 모습과 원래 자신이 누렸어야 하는 지위를 되찾는다. 굉장히 흔하고 보편적인 스토리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기본 얼개도 이와 같다.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는, 고통에 지지 않는 성실하고 상냥한 마음과, 자신을 하녀처럼 취급하는 후처와 이복동생이 감히 빼앗아 갈 수 없는 보물, 특히 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있어야 한다. 친어머니의 “지금은 몰락했지만 고귀한 혈통”이라든가, “아름다움”이나, 때로는 장르에 따라 마법이나 이능력이라든가. “나의 행복한 결혼”의 기본 구조도 이와 같다. 이능을 지닌 명가인 사이모리 가문의 딸인 미요는 역시 이능력자 출신의 친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학대를 당하고, 어머니의 유품마저 빼앗겼다. 하녀나 다름없이 취급받던 그의 희망은 소꿉친구인 타츠이시 코우지 뿐이지만, 코우지조차 이복동생인 카야와 약혼하고 사이모리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고 말았다. 미요의 모계에서 오는 이능을 탐낸 타츠이시 가문에서는 코우지의 형과 미요를 결혼시키려 했으나, 비정한 아버지와 미요가 행복해질 가능성조차 용서하지 못하는 계모는 미요를 타츠이시 가문으로 보내는 대신, 냉혹하고 무자비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젊은 엘리트 군인인 쿠도 키요카의 약혼자로 보낸다. 그들은 미요가 수많은 약혼자 후보들이 사흘도 버티지 못했다는 쿠도 키요카에게서도 버림받고, 떠돌이가 되기를 바라는 악랄한 마음을 품고 이 약혼을 진행시켰지만, 일은 그들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키요카는 예상외로 눈이 부실 듯한 미남에, 매몰차지만 정이 깊은 성격으로, 명가의 영애이면서도 소박한 옷을 입고 매일 요리를 만드는 미요의 성실함에 관심을 갖고, 그가 사이모리 가문에서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그리고 이능력자의 필두라 할 만한 능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 키요카는 자신의 능력으로 사이모리 가문을 징벌하고, 미요의 능력을 되찾으려는 미요의 외가 우스바 가문에 맞서고, 자신의 본가에 데려가 미요를 무시하는 어머니 앞에서 미요를 확실하게 감싸는 등, 미요를 자신의 약혼자이자 미래의 아내로, 자신의 옆자리에 확고하게 두려 한다. 그렇게 학대당하던 불행한 소녀는 자신이 있을 곳을 찾게 되고 행복해진다…… 는 이야기 자체는 전형적이면서도 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이지만.
여학교에 다니거나 개량된 기모노를 입는 명문가의 아가씨,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시대, 소박한 옷의 야마토나데시코와 제국 대학을 나왔으면서도 군인의 길을 걷는 명문가의 청년, 전쳥적인 다이쇼 로망이다. 바로 그 시기에 식민지배를 당했던 옆나라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배경이 아니지만, 그 나라 작가 입장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근대의 느낌이라든가, 다양한 옷차림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거나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좀 정도가 있어야지. 여기에, 각 명가들은 저마다 “이능”을 지녔으며 그 필두인 황가는 계시의 능력을 가졌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혈통주의라든가, 키요카를 비롯한 대이(異)특별부대에서 상대하는 이(異)의 존재를 보고 있으면, 과연 다이쇼 시대에, 차별받는 사람, 소외되고 비참하게 죽은 사람, 이방인을 연상하게 하는 이(異)의 존재를 때려잡는 제국군의, 황제 직속 부대라는 것이 무엇을 상징할까, 그렇다면 이(異)는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현 황제의 차남이지만 계시의 능력을 갖고 있어 차기 황제로 유력한 타카이히토의 이름도 그렇다. 처음에는 높은 사람이라서 타카이히토인가 했는데, 한자를 찾아보니 타카이가 요(堯)다. 요순시대 할 때의 요. 이(異)로 상징되는 존재들을 명문가 출신의 이능력자의 힘을 빌어 전부 때려잡고 요순시대를 만들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들이 만들고 싶은 요순시대는 대동아공영권 같은 건가. 비정하고 아름다우며 불령선인 열심히 때려잡는, 명문가 출신에 제국대학을 졸업한 경시청 고등과 과장 나까무라 같은 걸 생각하니까 갑자기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전세계 방영된다는데,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그런 맥락은 보지 않았겠지. 그럼 뭘 본 거지. 학대받고 자존심이 바닥을 기는 소녀가 미남을 만나 행복해지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