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 무레 요코, 이현욱 옮김, 경향BP

전에도 무레 요코의 다른 책들(지갑의 속삭임이걸로 살아요)을 읽으면서 뭔가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어휴, 정말 잔소리가 너무 많잖아. 하고 투덜거리며 읽었다. 제목 그대로, 1954년생으로 이제는 칠순이 다 되어 가는 작가는 계속계속, 한 에피소드당 이 작은 단행본 세 쪽(아마 원고지로 열 매쯤 나오려나)을 차지하는 에세이 하나하나마다, 세상은 변했고, 요새 젊은 사람들은 왜 이러는지, 존중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도 미안한 줄을 모른다고 짜증을 낸다. 잡지에서 한 꼭지 정도라면 그래그래, 맞는 말씀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 같은데, 이걸 책 한권에 연속으로 모아놓으니까 낯선 할머니의 “요즘 사람들은 말이야!!!!!!”로 시작하는 한시간짜리 잔소리를,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까지 전부 싸잡혀서 듣는 기분이 든다. 사람살려. 아이 엄마가 타투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는 “젊은 사람이 타투하는 게 싫으면 다 싫은 거지, 그걸 또 아기 엄마를 놓고 지적을 하냐. 왜 이렇게 꼰대같아.”하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비슷한 문화권이라 잔소리의 카테고리도 비슷하다거나, 공감하는 부분이 좀 생긴 걸 보니 나도 슬슬 나이를 먹고 있는 건가 싶은 반성을 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별 내용은 아니지만 읽고 다음 날까지 곱씹고 있었던 것이, 우리가 바퀴벌레를 언급할 때 그 이름을 다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서 “바선생”이라고 종종 부르듯이 무레 요코 선생도 바퀴벌레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바, 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러면 원래는 고키부리의 고 ゴ/ご 라고 썼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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