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

이상한 집 – 우케쓰, 김은모, 리드비

부동산이란 평범한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지름, 한번 사면 무르기 어려운 것이다 보니, 부동산 괴담은 현대인에게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fate,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데스티니(……)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앞집 옆집 윗집의 구조가 다 똑같고 도면이 공개된 아파트는 좀 낫지만,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여전히 숨겨진 공간이라든가(대개는 배관이나 배선이 지나가는 자리거나 뭐 그렇습니다)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지하실, 다락방이 있는 경우도 꽤 많다 보니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이 괴담 역시 그렇다. 매매하려는 단독주택의 평면도에 존재하는, 창문의 없는 아이 방의 존재가 그렇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유튜버인 우케쓰는 이 점에 주목한다. 부동산 괴담이나 택배 괴담, 최근의 AI 괴담처럼 실감나는 괴담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소설은, 도쿄에 집을 마련하려는 지인이 우케쓰에게 상담해 오는 데서 시작된다. 매매하려는 단독주택의 평면도에 이상한 공간이 있어 찜찜하다는 것이다. 괴담을 사랑하는 오컬트 전문 작가 ‘우케쓰’는 즉각적인 호기심을 느껴 한 건축 설계사에게 주택 평면도를 보여준다. 그는 불안해하며 수수께끼의 공간 외에도 집 구조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문이 없는 공간, 이중문, 창문이 없는 아이 방, 비효율적인 구조.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설계사는 한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그것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였다. 우케쓰는 2020년 이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렸다. 우케쓰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연락해온 수수께끼의 여인, 도쿄의 ‘이상한 집’을 꼭 닮은 다른 지역의 집들, 이웃 주민들의 목격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얼핏 보면 실화인 것 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콘텐츠를 유튜브와 소설 양쪽으로 만들어 시너지를 높인 멀티유즈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구전설화로 전해졌을 법한 이야기들이 현재는 SNS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진다는 점에서, 그는 현대의 구전설화를 만들어가는 중일 것이다. 괴담으로서도, 한번 사면 무르기 어렵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구입이 되는 “집”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압력이 있는데다, 괴담을 마케팅하고 퍼뜨리는 방법이 무척 흥미진진해서, 그의 괴담들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소설로서는 잔뜩 부풀려 놓았다가 마무리가 좀 시시한 느낌도 들지만, 이게 “구전설화”된 괴담이라고 생각하면 딱 좋다. 애초에 책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느낌이어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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