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 장강명, 유유히

연말연초에 신경숙 작가 표절 건과 관련해서 장강명 작가가 창비와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비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무리하게 옹호했고, 장강명 작가가 에세이에서 그에 대해 비판하자 계약한 에세이를 창비 공식 온라인 플랫폼으로 홍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간단히 말해 장강명 정도로 팔리는 작가의 책을 “밀어내기” 책 정도로 취급하겠다는 이야기다. 창비 쯤 되니까 아주 작가가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구나 싶어지는 사건이다. 어쨌든 장강명 작가는 창비와 계약을 해지했고, 담당 편집자가 퇴사하여 1인 출판사를 차리자 이곳에서 이 에세이를 냈다. 그런 사정도 있고, 또 신경숙 작가 표절 때 창비의 행각도 정말 개탄할 만한 것이었으니, 창비가 두고두고 배아파 할 정도로 이 에세이가 잘 나갔으면 좋겠다.

그와 별개로 이 책은 무척 재미있는데, 사실 “채널예스”에서 한번 다 읽었던 이야기들이니까 크게 파괴력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죽 읽었건만. 이게 모아놓으니 정말 읽는 작가로 하여금 공감성 수치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멀쩡한 책을 멀쩡한 내 집에서 구석에 웅크려 숨어서 낄낄거리며 읽었을 정도다. 예전에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를 읽으면서 한국 작가중에는 누가 이런 걸 쓰려나 했었는데, 그 무렵 장강명 작가가 자신의 작가의 수지에 대해 에세이를 어딘가의 지면에 썼던 걸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러니까, 돈 이야기가 빠진 작가의 수지 같은 책이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실 사회를 보는 작가의 관점 면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기자 출신인 작가의 눈과 개발자 출신인 작가의 눈은 다른 것이니(물론 과학자나 변호사 출신 작가의 눈도) 동의하지는 않지만 유쾌하긴 했다. 남성 작가의 에세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특징들도 (그다지 숨길 생각 없이) 드러나 있었다. (정작 남성 작가들은 잘 감지 못 하는 것 같지만.) 과학소설작가연대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가 등에 매달린 채 주말에 단편을 쓰다가 잠시 펼친 책에서 남의 작업과정을 읽으려니 개인적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 나는 21,000자 짜리 단편소설을 썼는데 대략 500자마자 유치원생이 와서 놀자 놀자 했고, 그중 약 3000자는 등에 유치원생을 매단 채 썼다. 허허허허 ㅠㅠㅠㅠㅠ 물론 매일 조금씩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그런 건 불가능하다. 밥 해서 식구들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 내 주변 작가들도 이 책을 읽고는 다들 뭔가 생각이 많아지거나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만 한 책이다. 공감성 수치가 느껴질 만큼 적나라한 작가 이야기니까. 중간중간 “작가도 그냥 생활인이고 직업인데 뭐 이상한 직업씩이나!” 하고 소리지르고 싶은 대목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직업과 관련된 에세이란,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대개 공감성 수치와 수많은 반박거리를 끌어내기 마련일 것이다. 괜히 환상을 불어넣지 말라거나, 괜히 이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말라거나. 하지만 내가 형사나 의사, 간호사, 편집자, 청소와 배달, 수학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여러 직업들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그들의 잘 보이지 않는 삶을 상상하는 것을 생각하고, 때로는 자료수집의 시작점으로 삼는 것을 생각하면 뭐, 다른 사람들이 소설가에 대해 조금 이상한 직업이구나 하고 생각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으쓱)

PS) 근데 그나저나, 저 표지에 천 뒤집어 쓴 유령;;;; 은 작가 본인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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