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이모할머니를 바랐던 어린 마음

나의 어릴 때 부터의 망상이랄까(꿈이나 희망이나 간절한 소망이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지), 나는 세상 어디엔가 “글을 쓰는 여자 주인공에게 작가가 되도록 유산을 물려주는 전설의 이모할머니”가 계실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곤 했엇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미워하고 증오하지 않는, 혈연인 누군가를 막연히 그리워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현실적으로 힘든 일들을 극복하기 위해 그런 상상을 했는지도 모르고, 내가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없게 된 이것을 물려준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그런 전설의 이모할머니 같은 것은 없었고 나이가 들어 이제는 아마도 (사진은 봤지만 만나보진 못한) 나의 어린 조카가 혹시라도 글 쓰는 사람이 된다면, 그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전설의 고모 쯤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이었고, 평생 존경할 분과, 예전에는 동경했고 지금은 같이 가는 동료들과, 좋은 편집자님와, 독자님들을 만났다.

그러던 중에….. 정말로 친척 중에 문학 하시는 명망높은 분이 계셨다는 것을 아주 최근에야 알았다. 한심하고 부끄럽게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연락을 한번은 드려 보았다. 평생의 부끄러운 이불뚫고 하이킥 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정하고 따뜻하고 품위있는 답장을 받았다.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걸, 한참 방황하던 시기, 슬프고 혼란스럽던 마음에 위로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그렇게 미움받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길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누군가가 있었더라도, 혹은 아무도 없었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냥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시간동안,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경험을 잠시 했다고. 나의 목적지는 저쪽에 있고, 다시 새해에는 내 길을 가면 된다. 인정욕구와 괴로움으로 엉엉 울면서 존재하지 않는 전설의 이모할머니라도 어디서 뿅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네, 하며 글을 쓰던 어린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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