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X밀리의 서재 콜래보레이션 시즌 3. 조우
12월의 주제인 “평행우주”로, 황모과 작가님의 “차세구의 식솔들“과 이시형 작가님의 “디지털 마인드“와 함께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1화]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2화]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3화](완)
일본이 전쟁에서 지지 않고 한반도의 일제강점기가 계속 이어지는 어느 평행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이라니, 제목부터 어쩐지 충격과 공포이지만, 아주 낯선 이야기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실패한 세계,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한 세계, 그래서 조선이 일본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세계. 흔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설정은 복거일 님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이 멸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인 세계”가 박소희님의 만화 “궁”에서 시작되었듯이요. 저는 “비명을 찾아서”를 고등학교 때 읽었습니다. 몇 년 뒤에는 바로 그 아이디어를 차용한 영화(그리고 저작권 분쟁이 있었던) “2009 로스트메모리즈”를 보고, 초반 5분동안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당시의 어른들은 식민지 세계관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본놈들이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일본을 집요하게 동경하고, 때로는 강한 지도자가 자신들을 억압해 주기를 바라는 듯 보였습니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그럴 것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그 환상 속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며 많은 것이 바뀌게 된 것은 아마도 일본 문화 개방 이후였던 것 같네요.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랑하든 미워하든, 작가도 자기가 보고 듣고 읽었던 것들을 양분삼아 자라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쓰다가 중간중간, “비명을 찾아서”를 떠올리며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한국의 순정만화들과 일본의 SF 애니메이션들, 그리고 여러 SF 소설들을 읽으며 자랐고, 그 중에는 복거일 님의 “비명을 찾아서”와 PC 통신시대의 작품들, 지금은 동료가 된 이들의 습작들을 읽으며 글을 써 왔구나 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아마도 “비명을 찾아서”를 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는 평행세계에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는 조력자와 이 시대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묻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어떻게 죽었는지를요.
우리에게 너무 낯설지는 않은, 계속되는 식민지 시대를 바탕으로 하는 이 소설은, 사실은 지금 현재, 2023년의 이야기이자, 얼마 전의 비극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독자님들께 적당히 불편한 소설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