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정미나, 21세기 북스

“평균의 종말”에 대해 꽤 많은 호평을 읽었다. 도입부의 전투기 조종석과 평균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본내용을 읽으면서, 납득할 수 없거나 의문을 품게 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평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사람을 끼워맞추듯 평균적인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평균에서 벗어난 뛰어난 인간과 열등한 인간으로 나누려 했는지, 그런 개념에 대한 설명과 정의들은 좋았지만, 그래서 그 다음은?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자고 말하며, 현실은 평균으로 뭉뚱그려진 값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정보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지만, 여기 이 그래프의 정보들 역시 개별 정보 안에서는 수치화하고 평균과 통계를 내서 얻어낸 정보들이 아닌지. 책은 전과목을 다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대신, 개인의 특기와 적성을 찾을 것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평균”이 문제가 아니라, 평균을 내고 수치화하는 그룹의 문제에 가깝다. 시험 잘 보는 재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개별적인 사람들의 고유한 재능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다. 이 책은 그 내용을 좀 더 자극적으로, 평균이라는 개념을 교육에 집어넣는 것 자체가 악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게 열광할 정도의 책이란 말인가?

성적미달과 ADHD로 문제아 취급을 받다가 고등학교를 중퇴했던 저자가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해 스스로 공부하고,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가 되어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가 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 본인의 개인적인 인간승리의 경험 말고, 좀 더 폭넓은 사례들을 보고 싶다. 뇌졸중에 걸린 뇌 과학자가 쓴 책이라면 자기본인의 경험담이 계속 나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재현할 수 없는, 그리고 겪는다고 해서 자기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는, 그런 특별한 경험이니까. 읽는 동안 저자는 자신의 성공사례가 너무나 뿌듯해 보였고, 어린 자신을 정상성에서 밀어냈던 “평균의 함정”이 정말 증오스러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참고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평균의 “종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잉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책. 무엇보다도 “평균적 인간” 자체는 없다고 해도 평균과 통계는 산업 발달과 생산성 관리의 기본이었고, 교육에 있어서도 누구나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은 있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만한 내용들이 나온다고는 하나, 지식의 하한선을 그어놓고 적어도 여기까지는 배워야 한다, 평균적으로는 이정도 지식을 갖고 있다는 기준은 필요하지 않나. 당장 지금, 반지성주의에 물든 청년들을 봐도. 자기가 소질 있는 것, 재능있는 것만 한다는 말의 맹점을 간과한 것 같아서, 읽고 있으면 혹할 만 한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이었다.


게시됨

카테고리

,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