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 이번에는 다르네

소행성 충돌 이번에는 다르네 – 곽재식, 우주라이크소설

‘경축 소행성 충돌’, ‘우리 주민은 소행성 충돌을 다 같이 환영합니다’

작가마다 특히 좋아하고 잘 쓰는, 그리고 반복해서 쓰는 소재나 상황이 있다. 어떤 작가들은 그런 주특기를 요령좋게 감추기도 하지만, 곽재식 작가의 경우는 아예 대놓고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바로 “공무원이 김박사를 괴롭히는 소설”이다. 어떻게 같은 브랜드에 매번 다른 상황으로 김박사들을 고통받게 하는지, 김박사 괴롭히는 소설만 모아서 열권짜리 전집도 만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소설에서 김박사가 고통받는 이유는 제목에 보이듯 “소행성 충돌”이다. 소행성이 지구, 그 중에서도 한국에 충돌할 위기에 처하지만, 사람들은 소행성 수혜주에 더 관심을 갖는다. 과학자들은 소행성의 낙하지점을 정밀하게 계산해 이 소행성이 서초구, 강남구, 판교를 타격할 예정이고, 이 지역에 사는 100만명을 인근 지역으로 며칠산 소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보다 파괴된 강남 알짜배기 땅에 최대 용적률 1000%를 적용해 재건축을 실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지구에서 소행성을 요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재건축! 재건축!” “용적률! 천 프로!”

눈 앞의 전지구적 위험과,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될 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 경제위기를 이야기하고, 강남 노른자위 땅에 소행성이 떨어지면 재건축을 하겠다는 이 사람들은, 한강에 괴물이 나왔는데 폰으로 괴물 인증샷이나 찍고 있던 영화 “괴물”의 사람들과 같다.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위기 앞에서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이들의 이악함과, 용적률 천 프로를 외치는 천박함, 얄팍함에 기가 질려 차라리 소행성이 예상보다 큰 폭발을 일으켜 서울이 통째로 지구에서 사라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면 안전진단에서 D등급, E등급을 받았다고 아파트에 “경축”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단지들이 보인다. 자기들이 발 딛고 사는 집이 위험한 것 보다, 이 자리를 밀고 재건축을 올려 일확천금을 만질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게시됨

카테고리

,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