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허진, orangeD

훌리아의 언니 올가는 이민자 가정의 장녀로, 부모에게 순종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며 대학에 간다고 집을 떠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었다. 그런 올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어머니는 훌리아에게 올가같은 멕시코 딸의 모습을 요구하고, 이제 열다섯살이 다 되어가는 훌리아에게 (올가에게 해주지 못한) 킨세녜라 파티를 해주겠다며 왜 감사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른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자신을 옭죄는 집을 떠나고 싶고, “온종일 요리하고 청소하는 순종적인 멕시코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노숙자로 살고 말”겠다고 생각한다.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는 멕시코의 전통을 따르는 온순한 딸이 아니라, 백인처럼 무례하고 또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한다. 부모에게 거역하고, 죽은 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 훌리아는 죽은 언니의 침대 밑에서 자신이 모르는 언니의 모습들을 발견한다. 죽기 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던 언니, 야한 속옷과 호텔 열쇠를 갖고 있는 언니, 그리고 부모님이 알고 계신 얌전한 멕시코계 청년이 아닌, 언니의 장례식장에 왔던 낯선 남자, 아내와 자식이 있는 중년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고,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던 언니를.

영어교사 잉맨 선생님이 훌리아의 재능을 알아주고, 친구가 있고,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슬픔으로 눈과 귀가 막힌 듯한 엄마는 훌리아의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언니의 죽음과, 언니의 죽음마저 훌리아 때문이라고 순간 생각하고, 자신을 오해하고 억압하고 비난하며 원치 않는 일들을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훌리아는 고통스러워하고, 글을 쓰고, 자해를 한다. 정신과 의사인 쿡 선생님과 만나며 상처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엄마의 강요로 돌아간 멕시코에셔 재회한 할머니와의 시간 속에서 엄마와 아빠의 과거와 직면하며 훌리아는 성장한다. 돌아온 훌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하고, 대학 입시에 합격하고, 집을 떠난다. 엄마는 이 모든 상황이 달갑지 않지만, “멕시코 딸”이 아닌 “작가”로서의 훌리아의 성장을 받아들인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나,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같은 민족,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이민자 가정의 아이, 죽은 형제자매에 대한 기대까지 그 어깨에 얹혀진 청년, 여기에 전통을 지키고 부모에게 효도할 것을 기대받는 딸, 유능하고 성실하며 굳은 심지를 지녔지만 여러 면에서 소수자로서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 고통과 슬픔의 딸, 그러나 자신의 세계를 떠나 낯선 자리에서 자신의 세상을 가꾸는 딸들의 이야기란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설지 않다. 최근 드라마화 된 “파친코”의, 재일 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나 재미교포 여성들, 독일로 간 간호사들, K-장녀의 이야기들까지. 지구 반대 편, 멕시코에 뿌리를 둔 가정 출신의 미국인 소녀가 주인공인 이 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뿌리와 정착한 세계의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혼란을 겪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이자, 총명한 괴짜 책벌레인 소녀가 작가가 되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성인이 보기에는 꽤 단순하고 뻔하고,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이 읽으면 제일 흥미롭고 힘이 될 것 같은데, 의외로 청소년 책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 같진 않아서 의문이었다. 딱 그 나이때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었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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