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과 성기사의 약탈혼

국왕과 성기사의 약탈혼 – 이린비, (웹툰 : P.J.E), 모란북스

네이버 시리즈 쪽에 웹툰쪽 추천이 자꾸 뜨기에 그쪽을 먼저 읽었다. 읽으면서 여공남수, 여성 국왕이 남성 성기사를 강제로 취하며 시작되는 로맨스인데 시리어스하지 않게, 개그를 넣고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했고(“아메리카노 엑소더스”의 박지은님 작화라는 건 읽고 나서 알았다) 한편으로는.

얘들아 몸의 대화 말고 입으로 대화를 좀 해. 

오해를 풀려고 해도 혹시나 대화를 나누다가 거부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주인공들의 삽질 때문에, 이 두 사람은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어야 할 타이밍에 대화는 안 하고 섹스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애가 생기도록(…..) 그리고 마지막에 웹툰 기준 29화쯤 섹스가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고 바로 엔딩. (총 30화+외전 1화) 아니 얘들아 그러니까 섹스 말고 대화를 하라고, 대화를!!!!!

여튼 웹툰의 연출이 무척 좋았고, 그래서 원작까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 표지도 박지은님이었다) 둘의 관계와 심리에 집중하는 쪽은 원작이,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는 웹툰쪽이 좋았다.

왕비의 딸로 태어났지만 부왕과 그 정부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들에게 핍박받고, 어머니는 모함을 받고 살해당하고, 어머니의 장례만이라도 치르게 해 달라고 애원하자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일주일동안 갇혀 있어야 했던 칼리오페는, 국경으로 보내졌다가 돌아와 형제들을 몰아내고 왕이 된다. 그리고 그는 정부의 편을 들던 공작가문을 도륙하던 중, 공작의 사생아가 자신이 어린 시절 사랑했던 소년 수도사이며, 지금은 성기사단의 단장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불러들여 강제로 남편으로 삼는다. 한편 고결한 성기사인 이제키엘은 소년시절 사랑했지만 함께 도망칠 수 없었던 소녀와 다시 만나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강압적인 남주와 성녀 여주의 관계를 성반전시킨 듯한 이야기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흡인력있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힘이다. 길지 않아서, 원작과 웹툰을 비교하며 읽기도 좋다.

강한 주인공과 조신한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과거에 썼던 이야기를 다시 리부트해도 되지 않을까(내가 그 이야기를 너무 일찍 썼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언제 시간 날 때 정리해서 포스타입으로라도 발행해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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