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에게 수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그 사람은 “SF 읽냐”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지금 “네가 그런 SF 소설 마지막 장면의 뒤집기 같은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속삭인다. “너는 평범한 보통 사람과 뭔가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라는 말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는 그저그런 “재미없고 심심하고 뻔하고 불행”한 평범한 사람으로 남는다는 식으로 사람을 옭아매면서. 이 내용은 세 번 반복된다. 사실 이 초반부를 읽는동안 신경이 좀 곤두서 있었다. 비슷하고 익숙한 상황들을 알고 있어서. 여성 작가들보다는 빈도가 덜하겠지만 어쩌면 곽재식 작가님도 경험하셨을 그런 사건들이다. 독자라면서, 익명 너머에서 메시지를 보내며 사람을 달달 긁거나, 당신은 특별한 줄 알았는데요 같은 소리를 하는 인간들 말이다. 뭐랄까, 작가이지만 업계 탑급은 아닌, 자기 위치에 불안해하는, 그런 사람들을 들볶고 뒤흔들고, 그래서 차기작을 못 쓰게 만들고 추락하게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런 악의로 똘똘 뭉친 인간들이 하는 말을 단어만 바꾼 것 같아서, 작가님도 이런저런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이군, 하고 내심 생각했다.
“너는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연락을 돌리면서 SF가 어쩌니 하면서 시비를 거는 이상한 놈이었어. 그것만으로도 남을 괜히 위협한 죄를 짓는 게 되는 건데, 이상하게도 네가 연락을 거는 대상은 또 그냥 아무나는 아니었단 말이지.”
결말은 예측 가능하지만 속시원하다. 자기가 놓은 꾀에 자기가 걸리는 악당을 보는 것은 늘 유쾌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도, SNS에서 작가님들을 괴롭히고 계폭하고 새로운 계정으로 돌아와 또 괴롭히는 인간들과,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애매하게 유명한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을 보고 있다. “원한이나 앙심을 품은 성격 이상한 사람들”이 치는 “분탕질”이라는 표현들은 그 지질하고 악의적인 가해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야기의 결말대로, 그런 자들은 굳이 혼내 줄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다. 할일없는 가해자는 재미있어 할 테고, 이쪽 시간만 아까운 거니까. 그래도, 우리에게도 그럴 때 막아 줄 보호막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생각을 했다. 지금도 어떤 작가들은 그런 인간들에게 잘못 걸려, 괴로워하고, 때로는 병원에 다니고, 때로는 글 쓰기를 포기하고 있다. 그런 할 일 없고 지질한 인간들 때문에 우리는 읽을 수 있었던 좋은 이야기들을 잃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