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의 작가 오카자키 다쿠마가 쓴 코지 미스터리이지만, 탈레랑 쪽과 마찬가지로 ‘추리물로서’ 그렇게 흥미로운 편은 아니다. 그보다는 버림받은 쌍둥이가 도연사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다시 그 가족을 확장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14년 전,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잇카이는 도연사 본당 툇마루에 버려졌던 쌍둥이를 발견했다. 4월 8일에 태어나 란과 렌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들 쌍둥이는 후쿠오카 현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유치쿠 시의 도연사의 가족이 되어 자라나 사춘기를 맞는다. 렌은 어머니조차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인간의 행동에서 악의를 발견하고, 란은 자신들은 버려졌지만 생판 남인 두 아이를 맡아 키워준 가족들과 이웃들이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의 행동에서 선의를 찾는다. 쌍둥이 캐릭터란 대개 동전의 앞뒤와도 같은 인간의 양면성을 나타내다 보니, 이들 둘의 관점은 사실 하나의 사건이 포함하는 두 일면, 혹은 인간의 양면성을 그냥 물리적으로 나누어 놓은 상태에 가깝다. 어쨌든 탐정 한 명을 둘로 쪼개 놓은 듯한 이들 쌍둥이에게서, 잇카이는 무시당하고 휘둘리며 큰오빠/큰형 노릇 겸, 도연사의 후계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인 주지 신카이나 친척으로서 도연사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돕고 있는 미즈키가 질풍노도의 중학교 2학년 시기를 맞이한 이들 쌍둥이를 보듬고 이해한다.
일본에서 사찰이 점유하는 위치가 있다보니, 이들이 접하는 사건들은 아무래도 공양주 가족들의 고민과 관련이 있다. 젊디 젊은 아버지의 후처와 그보다 나이 많은 전처 자식들 사이의 갈등, 다자이후 덴만구 참배 길에 매화가지 떡을 팔고 있는 상점가의 일, 수자령(미즈코)의 공양과 관련된 오해, 마치 14년 전 두 아이를 버린 어머니인 듯, 꿈 속에 나타나 “그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하고 말하고 사라진 여성의 비밀. 잇카이는 이들 이야기를 ‘해결’한다기보다는, 돕기 위해 나서며 쌍둥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실 잇카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타고나기를 승려로 태어나서라든가, 오지랖이 넓어서라기보다는, 도연사 주지인 아버지의 평소 언행이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쪽이리라.
“나도 그 유체를 봤어야. 아주 빼짝 말랐더만. 그러코롬 가난한 사람이 있으믄 옛날 같았으믄 근처에 사는 이웃이 손을 내밀었을 것이여.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았제. 교통사고라고 혀도 영양실조로 비틀거리다 차에 뛰어든 거 아니겄어? 그리 될 때꺼정 아무도 돕지 않았당께. 부모헌티 의절당혀 임대료와 생활비가 싼 이 마을까지 굴러 온 것도 다른 데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겄제. 도시라믄 모를까 이런 시골에서 젊은 여자 혼자 살았으믄 눈에 띄었을 것인디 아무도 돕질 않았어야. (중략) 사실 그런 사람헌티 손을 내미는 것도 절이 할 일이여. 그란디 누구헌티도 그런 야그를 못 들었다는 것은 우리 절이 옛날맹키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제. 선대 주지에게 고개를 못 들겄어. 도연사를 지켜온 선조들을 볼 면목이 없어야.”
코지 미스터리의 형태를 빌려 이야기는 줄곧, 소외된 사람, 따돌림을 당하는 어린아이, 가난한 약자의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코지 미스터리 라이트노벨이니만큼 본격 사회파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주지인 신카이의, 그리고 과거 쌍둥이를 발견하고 식구로 받아들이자고 했던 잇카이의 마음은 쌍둥이들에게 이어진다. 꿈 속에서 “그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던 여성이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 여성이 쌍둥이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쌍둥이들은 말한다.
“잇카이 오빠만이 구할 수 있는 ‘그 아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쌍둥이들을 구하고 14년만에, 또다른 아이를 구출해내는 잇카이. 잇카이가 자신들을 구해낸 대략 그 나이에 또 다른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자고 나서는 쌍둥이들. 잇카이는 두 아이들에게 “도연사에 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가족이 되어주어서 정말 고마워.”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약자를 사랑하고 도우려 하고 부모 없는 어린아이의 가족이 되고자 하는 그 마음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성장소설로서 좋았던 것이지, 추리소설로서 흥미진진한 건 결코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