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이경희 작가님이 SF를 쓰려는 작가님들을 위한 간단한 조언들을 SNS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그 조언들을 읽고 그날 저녁 이 책을 읽었다. 피아노와 SF는 서로 분야가 다르지만 기본적인 것은 결국 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경희 작가님의 조언 중 가장 많이 RT된 것은 불행히도 “섹스로봇 좀 그만 쓰세요”이긴 했지만. 우리 모두 섹스로봇을 싫어하는데 우리 모두 섹스로봇 이야기가 나오면 신났다는 듯이 RT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아주 다르다고도 할 수 없지. 임주연 선생님이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에 지금 순정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어떤 것들은 아주 많이 달라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아주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법이다.
피아니스트 이와사키 슈쿠는 어린 시절, 음악 교사인 아버지에게서 처음 피아노를 배웠다. 그의 동생은 첼리스트 이와사키 코우(검색해보니 1972년 서울시향과 협연한 이와사키 고오라는 첼리스트가 있다. 이 분이 맞을 것 같은데.)다. 당대의 여러 음악가들과 협연을 하고, 교수로서 교육을 하고, 오키나와 문 비치 뮤직캠프와 오키나와 음악제를 꾸준히 기획해 온 분이다. 매일 꾸준히 해 온 스케일 연습, 어릴 때 쓰던 음악일기, 가능하면 여러 스승을 만날 것, 적극적으로 테마를 정하고 연습하고, 초견을 두려워하지 말고, 프로로서 다른 연주자를 대할 때나 건강이나 의상을 준비할 때, 페이지 터너를 배려하는 방법까지 피아노를 연습하는 학생에서부터 프로가 될 때 까지 생각해야 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런 부분도, 작가로서 프로가 될 때 필요한 이야기들과 겹치는 부분이 꽤 많았다. “글을 쓰는 방법”, 작법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이런 책이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아침 연습을 하거나 음악일기를 쓰는 것, 성과를 그래프로 나타내기, 지금 연습하는 곡만을 치는 게 아니라 과거에 배웠던 것도 순차적으로 다시 연습하는(오늘이 1일이라면 체르니 30의 1, 11, 21번을 연습하거나) 방식은 그 자체로 어린이에게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습관을 들이는 데 참고가 될 것 같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서 공부법이나 습관 들이기, 초등학교 1학년 생활에 대해 책을 십여 권 읽었는데, 학원강사들이나 학부모가 쓴 책들보다 우직하고 원론적이어서 믿음이 간다. 적용이야 하기 나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