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심혜경, 더퀘스트

내 주변에는 성인이 되어 구몬을 하는/했던 사람들이 꽤 있다. 몇년 전, 아직 “성인 구몬”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도 나는 육아휴직 중 일본어라도 배우자는 마음으로 구몬을 풀었고, 내 친구들 중에도 그런 이들이 꽤 있었다. 누군가는 구몬을 풀어 자격증까지 땄다고 하고, 누군가는 또 누구는 춤을, 누구는 악기를 배우러 다녔다. 방통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업하여 물고 물리는 영업관계인 이들이 꽤 있다. 주변 작가들 중에는 방통대 졸업을 한 이들도, 졸업을 앞둔 이들도 있다. 방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는, 내 오프라인 지인들도 으레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회사 신입사원에게 “지금이 당신 머리의 가장 젊고 쌩쌩한 순간이니 방통대에 가 보는 것이 어떠한가.”라고 영업했는데, 정말로 말이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나오는 표정이 무엇인지 목격한 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게 보편적인 상태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쨌든 어떤 이들에게 있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숨을 쉬듯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대체 저게 무슨 삽질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는 어쩌면 몇년 전 모 출판사에서 내게 “이것저것 배우는 것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지 않겠느냐”며 권했을 때, 편집자가 떠올렸을 이상적인 형태였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나는 둘째를 낳고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다, 내 주변에는 워낙 취미로 공부하는 데 도가 튼 분들이 많아서 거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썼으면 이 장르로 먼저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약간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에세이를, 경쟁심 없이 읽을 수 있으니 그것도 다행한 일이다. 이 책에는 어학을 공부하고, 악기를 공부하고, 방통대에 다니는, 숨 쉬듯 공부하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들어 있다. 거창하게 공부방법을 배운다거나 하는 용도가 아니라, 계속 뭔가를 배우고 싶은 그 마음을 인정받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겠다 싶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희한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무리들이 적지 않다 보니, 여전히 그런 마음에도 잘 하고 있다는 나직한 칭찬 정도는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가 공부와 맺는 관계는 평생 고정불변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이’로 접어들 무렵에 시작하는 공부는 자유로워서 좋다. 학창 시절에는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해야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는 마음 내키는 대로 공부해도 된다. 싫증을 내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았다면 행운으로 생각하고 주욱 해보자. 자신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계속 즐거울 수 있다.

여튼 시간은 흐르고 공부하는 방법은 계속 바뀌고 있다. 요즘의 나는 듀오링고를 매일 하고, 전기가오리를 읽고, 아이에게 수학을 봐 주는 김에 중학수학부터 다시 쭉 풀어나가고 있다. (어린이는 초등학생이긴 한데, 엄마도 수학문제를 풀고 또 가끔은 틀리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느라고.) 두번째로 들어간 대학원은 휴학중이고, 얼마 전 당근마켓에서 가벼운 학습지 한세트를 사왔는데 그것도 마저 풀어야 한다. 바쁠 때는 쉬운 걸 하고, 조금 한가해지면 다시 방통대나 방통대학원에 가더라도, 공부는 계속해 갈 것이다. 여튼 지금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뇌세포가 쌩쌩할 시기니까. 그런 마음에 아주 조금 위로나 응원이 필요할 때 꺼내 읽을 만한 책이 생겨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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