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빅토르 위고와 함께 하는 여름 – 로라 엘 마키, 기욤 갈리엔, 백선희, 뮤진트리

위고를 읽는 건 하나의 약속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요동친 세기 중 하나를 가로지르는 약속이고, 숭고함을 스치고 무한을 경험하게 해주는 약속이다. 우연이 구해낸 고아들을 만나게 해주는 약속이고, 절름발이들이 사랑을 만나는 걸 보게 해주는 약속이다. 그리고 정치적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약속이다. 위고를 읽는 것은 문학 속으로 들어서는 일이다.

지난 번 세기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읽으면서, 루이 나폴레옹에게 쫓겨난 뒤 위고가 레 미제라블을 쓰고, 출판하고, 이것이 다시 파리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면, 이 책은 빅토르 위고에 대해, 다양한 키워드를 두고 그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읽는 식이다. 독자가 지그소 퍼즐을 맞추듯이 위고의 모습을 그려 나가는 것이다. “샤토브리앙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말했던 보수적인 청년이 진보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과정, 사랑하던 아델과 끝내 결혼할 때 까지 동정을 지켰으면서도, 결혼 이후에는 수많은 여성들과 육체관계를 갖다 못해, 자신의 여성편력을 따로 기록한 검은 수첩을 갖고 있었던(그리고 그걸 박물관에 기증까지 한) 이야기, 그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던 자녀들, 특히 젊은 나이에 남편과 함께 배를 탔다가 사고로 물에 빠져 죽은 레오폴딘을 그리워하고, 그러다가 강령술에 빠졌던 이야기 등등을 읽으며, 인간이 모든 면에서 처음 모습 그대로 일관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새삼 생각했다. 위고는 그 긴 인생을 통해 계속 변화하고, 샤토브리앙을 존경하고 귀족들을 동경하던 인물에서 고통을 알고, 신에게 의문을 품고, 정부를 비판하고, 다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유산을 남기고 죽어가는 인물로 바뀌어 나간다. 그가 어떤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들이 어떤 작품들로 농익어 갔는지를 생각하면, “자신의 과오를 알고 변화할 수 있는 인물이 훌륭하다”고만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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