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이어 심근염까지 걸린 이야기 ㅠㅠㅠ

사람살려.

그러니까 지난주말에 응급실에 실려갔다. 처음에는 위경련인 줄 알았고 제발로 가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집에 왔다. 그리고 그날 밤에 돌연히 실신해서 119에 실려갔다. (그리고 우리집 둘째는 엄마가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가는 것을 목격하고 엄마가 납치된 줄 알고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 픽 하고 기억이 끊어지고 약 한시간 뒤 나는 MRI에서 눈을 떴는데(……) 그 와중에도 이름이랑 생년월일 같은 거 물어보면 대답은 대충 한 모양이었다. 넘어지면서 머리 다친 데도 없고 뇌혈관도 멀쩡하고. 그런데 좀 있다가 의사+간호사선생님들이 우루루(!!!!!!) 나타난다. 그리고 혈액검사 결과 심근효소가 나왔다나!!!!! 협십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들려오더니 또(!!!!!!) 동맥검사를 하게 되었다. (몇년 전에 새벽에 위경련이 심해서 병원 갔는데 마침 심장과 선생님이 동맥검사실에서 스텐트 한명 넣어서 사람 살리고 계시다고, 위장인지 심장인지 불분명하니 일단 검사부터 하자며 올라가서 한번 검사한 바 있었다. 다행히 그때도 깨끗해서 스텐트 안 넣었다.)

몇년 전 내 동맥을 뚫었던 그 선생님이 또 계셨고, 우리는 제정신으로 여기 실려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잠깐 이야기한 다음, 검사를 했는데, 동맥이 매우 깨끗했다. 나는 스텐트 넣으면 중환자실 간다고 겁주면서 두번이나 뚫었는데 두번 다 안 넣었냐고 농담을 했고 의사선생님은 제정신으로 들어와서 스텐트 안 넣고 나가면 다행인 줄 알라고 하시더니(……) 갑자기 코로나 부스터샷 맞았느냐고 하셨다. 최근에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얼마 전에 생활치료센터에도 갔었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이 한숨을 쉬셨다.

“심근염이네 심근염.”
“아니 잠깐만요. 제가 얼마나 부지런히 백신을 맞았는데 돌파감염에 이번에는 심근염요? 그런건 안티백서나 걸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안티백서는 코로나에 독하게 걸려서 폐렴까지 갔겠지.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았으면 백신을 맞고 다음 백신 맞을 만큼 텀을 뒀어야 했는데, 낫고 나오자마자 바로 백신을 맞은 게 화근이었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백신을 맞은 데는 후회가 없다. 언제 코로나 걸렸는데 지금 맞아도 되는지 물었을 때 된다고 했던 근처 1차병원 의사가 원망스러울 뿐이지.) 다행히 심근염도 심하지 않아서 주는 약 먹고 1주일동안 외출하지 말고 얌전히 누워 있으라 하셨다. 오늘이 엿새째고, 솔직히 오늘이 되어서야 키보드 앞에 잠깐이라도 앉아 볼 마음이 날 만큼 아팠다. 리디북스와 넷플릭스로 소비러 생활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이에게 백신 접종 할 수 있게 되면 우리애는 이 동네에서 제일 먼저 병원 데려가서 맞힐 생각이다. 내가 돌파감염이 되었든 심근염에 걸렸든, 그건 내가 재수가 없어서다. 나의 믿음은 변하지 않긴 했는데.

다른 이야기지만 병실에는 다음날 점심때 올라갔으므로 아침까지는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나는 새벽에 그 난리를 치고 심전도를 붙인 뒤 응급실 구석에서 수액을 달고 누워 있었는데, 밤에 다른 분이 자기가 백신을 맞고 아픈 게 틀림없다며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다가 새벽에 가셨고(나보다는 튼튼하셨다) 아침에는 어느 분이 백신을 맞고 심근염에 걸린게 틀림없는데 다른 병원에서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오셨다.
의사선생님은 혈액검사가 이리 깨끗한데 그런 침습적 검사를 할 필요도 없다고 하셨다.

나는 압박튜브를 감은 내 손목을 들여다보며, 그 말싸움을 듣다가 그만 혈압이 올라서(…….) 간호사선생님이 뛰어오시고 말았다. 아 진짜 미친새끼가, 혈액검사 깨끗하면 다행인 줄 알 것이지 무슨 병원 앞에서 심근염 걸리고 싶어서 고사를 지내고 있어. 캭!!!!!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전에는 머리카락이 훤했던 심장과 선생님이 이번에는 머리가 매우 풍성해지신 것을 발견했고, 의사들만 쓰는 기적의 비보험 발모제가 있는건가 의심하게 되었다.

PS) 그래서 이번 달에 할 예정이었던 마감들은 전부 2주씩 미뤄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꾸벅)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태그: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