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에 후쿠는 도쿄에서 이름난 한국인 중매쟁이다. 그는 조총련 부인회 인맥을 타고 중매를 시작해서, 지금은 조총련계와 민단계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 커플을 중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남편인 데쓰오는 조총련에서 일했고, 아들인 고이치는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갔으나 지금은 소식이 없다. 딸인 게이코는 일본인인 다카노와 결혼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도 않고 건강도 나쁜 편이다. 다만 손자인 쇼타가 성실한데다 야구를 무척 잘 하는 것이 이 가족에게는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한국인 부모들은 자식들의 배우자를 한국인 중에 구하고 싶어하고, 한국인 2세나 3세들은 일본인과 연애를 하다가도 바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집안에 거절당한다. 가나에 후쿠가 중매쟁이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도쿄 브랜드 호텔에 선 자리를 마련하고 호텔이나 한복집 등의 커미션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곳의 재일 한국인들은 바로 그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본 사회에서 크고작은 거절과 차별들을 경험한다. 명문대학을 나온 은행원이지만 일본 남자의 가족들에게 거절당하는 미키처럼. 하지만 이곳의, 중매쟁이를 통한 혼맥으로 얽혀가는 사회 안에서도 부조리극같은 차별들이 촘촘하게 벌어진다. 미키의 어머니는 의사 사윗감이라고 소개받은 변상우가 조총련계라는 이유로 거절한다 상대의 집안이 조총련인지 민단인지,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를 두고 거절하거나 갈등을 빚고, 직업이나 재산, 심지어는 양반 집안인지의 문제도 그 촘촘한 편가르기의 잣대가 된다. 하지만 이 작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단순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과는 또 다른, 한국적인 부분과 일본적인 부분이 겹쳐진 공배수의 영역에 놓인 갈등이다. 남과 북, 민단과 조총련의 갈등은 또한 도쿄-간토의 가나에 후쿠와 오사카-간사이의 강씨의 대립으로 대유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 연작소설 “가나에 아줌마”는, 그렇게 가나에 후쿠와 그의 중매로 얽힌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주팔자와 궁합을 보는 한국인 점술가인 미숙은 한국 출신으로, 교포인 에이주와 결혼해 일본으로 왔다. 그는 동서인 나오코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적응해 나가고, 점술가였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일본에서 한국식 점술을 보고 있다. 결혼하려는 커플들의 궁합을 보며 가나에 후쿠의 명성을 들어 왔던 미숙은, 어느날 손님으로 찾아온 가나에 데쓰오의 점을 보며 아들인 고이치가 북한에서 죽었음을, 그리고 게이코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게이코의 아들인 쇼타는 야구를 하고, 그의 친구이자 재일 한국인인 다케루는 펜싱을 한다. 다케루는 쇼타도 자신과 같은 재일 한국인임을 짐작하는 한편, 역시 펜싱을 했던 마사루가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못해 끝내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한다.
미숙과 나오코의 시가는 전라도 출신이다. 나오코의 아들인 다카히로는 “양반 출신”이자 한국에 유학해 이화여대를 졸업한 김영인과 중매가 오가지만 바로 그 전라도 출신인 것이 문제가 된다. 무려 세 작품에 언급되는 김영인은 양반이라는 프라이드가 강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영인의 둘째오빠 오덕과 결혼한 일본인 에리카는 이 집안에서는 일본 사람이라고 역으로 차별을 당하지만, 시어머니이자 삼남매의 어머니인 도미코가 원래 일본인이며, 그 사실을 평생 자식들에게 숨겨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인은 이혼한 변호사 박 요시노리와 맞선을 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요시노리는 유나와 약혼을 하는데, 그의 누나인 미요코가 낳은 딸, 미오의 관점에서 이 약혼이 그려진다. 미오의 외할아버지인 “할배”는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산에서 살던 여동생 윤희와 딸인 미요코, 손녀인 미오를 헛갈린다. 그런 “할배”가 좋아하는 노래는 죽은 윤희가 좋아하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다.
한 편 한 편의 단편은 무척 개인적인 사연을 담고 있지만, “결혼”과 “중매”라는 아침드라마의 단골 메뉴같은 소재를 통해 엮인 이들의 이야기는 여러 단편에서 얼기설기 이어져 재일 한국인이라는 하나의 사회를 그려낸다. 이 소설은 그렇게 그려낸 사회의 모습에서 재일한국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갈등에, 여성이자 며느리로서 겪는 교차적인 차별이나 갈등들, 공부를 잘 하거나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공고한 차별의 선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까지 가서도 우리는 양반이고 저 사람은 전라도라 싫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에 실소하다가도, 우리는 “재일 한국인”을,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외국 출신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결국 “중매”라는 소개와 선택을 통해 “나에게 있어 이방인인 이들”의 모습을 가르고 걸러내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아직도 차별금지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어서, 복잡한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