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남편인 에두아르 발레리 라도는 책벌레다. 그는 유복한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났고, 머리도 좋고 노력도 하여 그랑제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아이들, 천재들과 마주친 그는 이 뛰어난 친구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그들과 동등해지기 위해 더욱 책 읽기에 매달린다. 그는 끝없이 더 많은 책을 읽고자 하는 열망에 빠진 채, 걸어다니는 이동도서관이라도 된 것 처럼 끝없이 책을 읽고, 국제고교에서 학생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치며 번역가인 저자와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저자는 그런 남편을 덜렁이에, 책벌레에, 잔소리는 많고 아무데나 끼어드는 사람이라고 묘사하지만, 그러면서도 에두아르와 책에 나오는 구절에 포스트잇을 끼워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무척 잘 어울리는 분들끼리 재미있게 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든다.
읽으면서 나는,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을 잠시 생각했다. 더 알고 싶다,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서. 앎에 대한 그 격렬한 애정에 대해서. 어쨌든 저자는 “욕쟁이 부인”도 아니고, “미치지 않기 위해 쓴”이라고 말하기에는 정말 합이 잘 맞아 보이며, 애초에 작가나 번역가나 편집자나,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이들에게 있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일종의 자랑이면서 놀림거리니까. “아이고, 나도 책을 많이 읽고 또 사들였지만 쟤에 비하면 나는 쨉도 안 되지.”하고 너스레를 떠는 것은 사실 일종의 스포츠 같은 것이기도 하고. 읽는 내내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연상하게 하는 책. 파란 색연필로 그려진 에두아르의 삽화는, 저자인 이주영이 직접 그렸다. 와, 염장질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결혼생활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