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인 가구 생활

여성 2인 가구 생활 – 토끼와 핫도그, txt.kcal

요 며칠 알라딘에 배너도 많이 뜨고, 또 토끼와 핫도그 모양 티코스터도 준다고 했지만,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 요 몇년 비혼 여성 가구, 비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또 비슷한 책이 나왔구나 했다. 그러다가 회사 근처 서점에서 책을 보고 조금 들여다 보는데, 꼭 비혼 여성, 혹은 여성끼리의 공동 가구를 꿈꾸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내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일상 생활을 단정하게 갖추어 나가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로 결심한 사람을 위한 독립 지침서”같은 느낌이 있었고, 또 다른 성인과의 공동생활을 해 나가는 많은 성인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책이었다.

평등한 부부에 대한 책들을 종종 읽는다. 하지만 “우리는 평등한 부부다”라고 남성이 주장하는 책들을 읽다 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평등하려고 노력하지만 평등은 개뿔이고…..”로 요약 가능한 여성들의 책을 읽다 보면 복장이 터지는 듯한 감정을 맛볼 수 있다. 나는 어떤가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글을 쓴다. 내 배우자는 식사준비를 제외하면 나보다 물리적인 가사노동을 많이 하고 있다. (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점심시간에 회사 옆 마트에서 장 보기 등등등) 내가 직장 일이 바쁜 시기에는 아이 등하원을 도맡기도 한다. 하지만나는 출퇴근 시간 짬짬이 이 모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비가시적 노동들은 여전히 하고 있다. 그리고 배우자가 하는 가사노동들을 내가 전혀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 등하원도, 지난 수 년동안 내가 할 때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올해들어 일이 바빠져서 배우자가 등하원을 종종 시키고 있으려니, 이웃집 할머니, 아랫집 아기엄마,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선생님 등등이 정말 다정하고 자상하고 훌륭한 아빠라고 칭송해 마지 않는다. (비록 준비물을 빼먹고 가거나 할 지언정!!!!!) 내가 나의 직장생활과 작품활동을 위해 가사 일의 많은 부분을 떠맡고 있는 배우자의 노고에 고마워하는 것과 별개로, 내가 하면 당연한 일들이 배우자가 하면 (설령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부실할지라도) 칭찬받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다.

그리고 가족이 되어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서로에게 배우거나 서로 자극을 주는 것이 어느정도 둔화되기도 했다. 나는 2, 3년에 한번씩 개인 프로젝트로 책을 읽거나, 근처의 지리를 훑고 다니거나, 뭔가를 깊이 공부하는 등 나 자신에게 자극을 주려고 하고, 배우자도 자기 나름대로 취미의 영역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발전을 시키지는 못했다고 할까. 그래서 이 여성 2인가구가 서로 평등하면서도 서로의 장단점을 살려 집안일을 나누고, 서로의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며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재테크를 하고, 돈 주고 체력을 만들고, 1인가구 때는 사먹는 게 더 쌌을 지 모르지만 2인가구가 된 이상 직접 요리를 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책을 읽고 기록하는 등의 발전상을 보며, 어떤 것들은 “아, 이런 거 2, 30대 때 시작하면 좋지.”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어떤 것들은 “나도 옆 사람과 이런 것을 같이 하면 좋을텐데!”하고 부럽기도 했다.

평등한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여전히 시행착오 중이다. 우리는 그 평등한 결혼생활에 대한 힌트를, 결혼한 부부들의 삶보다는 여성 2인 공동체들의 삶에서 찾아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은 주말동안 우선 내가 읽고, 지금은 배우자가 읽고 있다. 읽고 나서 연말쯤에는 내가 하는 프로젝트 말고도, 같이 사는 사람과도 함께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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