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빛이 있는 동안”에 수록되었던 ‘크리스마스의 모험’의 확장판. 푸아로와 아시아 어느 왕국의 왕자가 잃어버린 루비에 얽힌 이야기인데, 이 아시아 어느 왕국은 어디를 모델로 한 걸까. 유럽에서 교육받은 신붓감이라면 태국? 아니면 영국에서 공부한 황태자니까 브루나이? 중간에 이 아시아 왕국을 미개하다는 식으로 묘사한 부분이 짧게 들어가서 읽다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린쇼의 저택
세 사람의 용의자가 있는 밀실 살인 사건. 레이먼드 웨스트가 이웃 저택에 방문했다가 그 집 주인의 유언장에 서명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대체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유언장에 증인으로 서명하는 건지. 아무데나 사인하면 안된다고 배우지 않았는지 생각하다가 보니, ……21세기에도 사람들은 혼인신고 할 때 증인 도장을 안 갖고 왔으면 구청 공익이나 구청 직원에게 증인 서달라고 하긴 하지.
약자
해문판에서는 “패배한 개”라는 제목이었음. 속임수와 최면, 여성의 직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지루한 이야기.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마지막을 읽도록 미스 마플이 나오는 단편은 실망한 적이 없었는데, 에르퀼 푸아로가 나오는 단편들은 때때로 무척 재미가 없는 것일까.
꿈
매일 자살하는 꿈을 꾸던 노인의 죽음을 푸아로가 해결하는 이야기. 역시 “약자”와 마찬가지로 아주 좋아할 수는 없었다.
노란 아이리스
4년 전 죽은 아내를 기리는 수상한 파티와 그 진상을 파헤치는 푸아로에 대한 이야기. “빛나는 청산가리”의 단편 버전이다. 정확히는 이 단편이 장편으로 확장된 것이라 봐야 하겠지만.
두 번째 종소리
푸아로가 허버트 리챔 로제의 의뢰를 받고 방문하지만, 의뢰인은 이미 죽어 있었던 사건. “뮤스 가의 살인”에 수록된 ‘죽은 자의 거울’과 거의 같은 구조다.
성역
미스 마플과, 목사 부인이자 미스 마플의 조카인 번치 하먼이 목사관 앞에서 죽은 남자와 그 남자의 코트를 가져간 자칭 유족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 복잡한 추리는 없지만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다. “살인을 예고합니다”에도 나왔던 번치 하먼 역시 미스 마플처럼 호기심 많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서, 레이먼드 웨스트 말고 번치 하먼이 주도적인 이야기들을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플 양의 이야기
미스 마플이 조카인 레이먼드와 조카며느리 조앤에게,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될 위기에 놓였던 로드스 씨를 구했던 과거의 사건을 들려주는 이야기. 미스 마플의 1인칭이며, BBC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 전집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옛날 옛적에 그런 살인사건이 있었어요.”하는 느낌의 단편이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