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루에 세끼밖에 먹을 수 없다는 게 정말 한스럽군. (중략) 5시에 식사하고 나면 저녁 식사 때 소화액이 충분히 분비될 수 없잖아. 저녁이야말로 하루 중 최고의 식사 시간인데 말이야.”
시작부터 시종일관 노련하고 웃긴 이야기다. 인생은 지루하고, 헤이스팅스는 곁에 없고, 다 귀찮은데 호박이나 기를까 하고 한탄하며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삼시세끼 먹는 걸 낙으로 삼는 장면이 이어진다. 상상만 해도 이 아저씨가 포동포동 토실토실해진 채로 매사 투덜거리고 있는 게 우스워서 낄낄 웃게 된다.
“아침은 코코아와 크루아상으로 먹고, 데죄네는 가능하면 12시 30분에 해야지. 1시를넘기면 절대 안 되고. 그런 다음 디네가 클라이맥스여야 해.”
에르퀼 푸아로에게 세끼 식사는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었다. 젊을 때 부터 위장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노년에 그 보상을 반드시 받게 된다는 것이 푸아로의 변함없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식도락을 즐기는 한편으로 인생은 지루하다고 몸부림치던 푸아로는 그만, 킬체스터 경찰서의 스펜스 총경(“밀물을 타고”에도 나온다)의 꾐에 넘어가, 브로디니에서 벌어진 맥긴티 부인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산딸기 병조림에 난 곰팡이를 두고도 “따지고 보면 그게 바로 페니실린”이라고 주장하는 모린 서머헤이스 부인의 여관에서 고통받게 된다.
피해자는 64세 여성, 교육을 많이 받진 못했지만 시간관념이 좋고 정직하며 7년 전 남편이 죽은 뒤 파출부 생활을 해 왔는데 결근을 하지 않는 근면한 여성으로, 불의를 참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푸아로는 조사를 거듭하던 중, 맥긴티 부인이 선데이 코밋 신문에 실린 과거의 살인사건 특집기사를 읽고 그 신문을 오려 놓았으며, 잉크를 사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사의 맹점들은 편견에서 나타난다. 매일 편지를 쓰고 서류를 만지는 지식인 계층인 스펜스 총경은 집에서 글을 쓸 일이 없어 편지를 쓰기 위해 새로 잉크를 사야 하는 경우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신문에 실린 기사를 대체로 믿고, 어떤 이름을 듣고 그 이름 주인의 성별을 멋대로 추측한다. 누군가가 노부인을 어머니라고 부른다면, 사람들은 그가 노부인의 친자식일 거라고 흔히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맹점들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에르퀼 푸아로는 수시로 밉살스러울 정도로 잘난 척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 책에서 제일 유쾌한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
“봉 디외!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푸아로가 흡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든 게 이토록 단순한데 말이야. 안 그렇소?”
푸아로가 이 말을 하고 나서 하마터면 세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날 뻔 했다. 킬체스터 경찰서 내에서 에르퀼 푸아로가 스펜스 총경의 손에 살해될 뻔했던 것이다.
그래, 푸아로는 멱살 좀 잡혀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