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의 주인공이었던 토미와 터펜스는 결혼해 부부가 되었다. 이들은 결혼하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머 과거의 모험을 그리워하던 중, 정보부의 옛 대장 카터가 찾아와 도움을 청하자 신나서 달려온다. 이들은 스파이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런트의 우수한 탐정들”이라는 간판과 “어떤 사건이든 24시간 내에 해결”이라는 표어를 내 건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는 이 소설이 솔직히 재미있지 않았다. 나와서 헛소리만 하거나 의뢰인에 대해 뒷담화나 하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는, 때로는 얼토당토않게 사건을 해결하고, 때로는 고생은 다 해 놓고 범인은 경찰이 잡아버리거나 하는 식이다. 허무 개그물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니, 부부탐정은 정말 유쾌한 소설이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각종 추리물 패러디 소설집. 솔직히 그런 면에서 이번 황금가지판 표지가 매우 훌륭한 것이, 누가 보더라도 “셜록 홈즈”를 연상할 수 있도록 사냥 모자를 정 가운데에 배치해 두었다.
매 사건마다 토미와 터펜스는 하라는 추리는 덜 하고 추리소설 오타쿠답게 탐정 흉내를 낸다. 터펜스가 토미에게 의학 지식이 없으니 손다이크 박사 흉내는 낼 수 없겠다고 하면, 토미는 터펜스에게 “자네의 그 잿빛 뇌세포를 활용해 보라”며 푸아로 흉내를 낸다. 벽장 아래 선반에는 실내복과 터키 슬리퍼와 바이올린이 놓여 있는데, 토미는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나서는 잘 켜지도 못하는 바이올린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잔소리를 듣는다. 때로는 셜록 홈즈처럼 의뢰인에 대해 추리를 하지만 마구 틀려서 의뢰인에게 한 소리 듣기도 하고, 구석의 노인을 대놓고 흉내내느라 배배 꼬인 끈을 꺼내 매듭을 만들지 않나, 때로는 브라운 신부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난다. 이 덜떨어진 탐정들이, 의뢰인이 도착했을 때 바쁜 티를 내느라고 일부러 타자기 소리를 내거나 전화 받는 척을 하는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추리소설 덕후를 위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유쾌한 이야기.
가장 공감이 간 대목은 토미가 터펜스에게 더 넓은 사무실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이었다.
“고전 명작들 때문이야. 에드가 월리스의 대표작을 전부 갖추려면 책꽂이가 몇 미터나 더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이런 이사 이유라면야 납득하지 않을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