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0] 구름 속의 죽음

처음 읽었을 때에는 푸아로가 여객기 안에서 사건을 해결하다니, 대체 얼마나 최근 이야기인가 하고 당황했던 소설. 지금 다시 읽으면서는 프랑스 파리와 영국 크로이든을 오가는 비행기라면, 이 비행기는 얼마동안 밀실일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크로이든을 오가는 비행기 프로메테우스 호 안에서 말벌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사채업자인 중년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다. 살인 무기는 아프리카 산 독이 묻어 있는 벌 모양의 독침이지만 독침을 쏘는 대통은 푸아로의 자리에서 발견되고, 모든 승객들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부정한다. 푸아로는 이 여성이 죽기 전 날아다니던 말벌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승객들의 짐을 조사한다.

눈이 쌓인 가운데 멈춰 선 열차나 고립된 산장과 달리,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비행기 안이다. 공간은 좁고, 짐은 제한적이며, 타임리미트가 훨씬 짧다. 현대의 작가도 선뜻 장편으로 쓰기 힘든 소재는, 지금보다 느슨하고 호화로웠을 당시의 여객기 문화 속에서 흥미롭게 진행된다. 전집을 쭉 읽어 나가면서 한 권 한 권 읽을 때는 재미있는 것이 오히려 한 작가의 작품을 죽 읽어나가니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중에, 이 작품은 아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매체나 교통수단이 나왔다고 추리소설을 쓰기 어렵다고 말하는 건 게으른 생각이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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