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퀸이 나타나는 곳에는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사건들이 일어난다. 기억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새터스웨이트는 이런 사건들의 목격자가 되어, 할리퀸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진상을 규명한다.
할리퀸과 새터스웨이트는 결국은 같은 사람이다. 한 사람이 머릿속에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숙고한 끝에 추리를 내리는 과정을, 두 사람의 대화로 보여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요즘같으면 BBC 셜록 같은 드라마에서 추리 과정을 화면에 줄줄이 뿌려주는 것이나, 게임이나 영상물에서 두 인격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다만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소설이라는 매체가 딱 맞아들어갔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무대 위라면 어릿광대같은 신비한 느낌의 남자가 나타나서 주인공인 탐정과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아간다고 해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지만, 글로 표현되면 명백히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여지니까. 할리퀸은 시도 면에서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추리 소설로서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추리 자체는 다소 진부했으며, 한 사람의 몸에 깃든 두 인격에 대한 심리 소설이자 추리가 일어나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 퀸의 방문
-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
- 어릿광대 여관
- 하늘에 그려진 형상
- 카지노 딜러
- 바다에서 온 사나이
- 어둠 속의 목소리
- 헬렌의 얼굴
- 죽은 할리퀸
- 날개 부러진 새
- 세상의 끝
- 할리퀸의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