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책. 이달 중순에 김현진 작가님께 선물받았는데, 연말에 정신이 없다 보니 어젯밤에야 읽었다.
솔직히 제목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무슨 힘내라는 힐링형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이어서.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내용 자체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사실은 추억속의 책이나 만화들, 어릴 때 보던 외화 시리즈, 배우,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 살면서 흔들릴 때 우리가 만났던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에세이다.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이라든가, 사탕가게의 위그든 씨, 베르사유의 장미라든가, 천재소년 두기 같은. 그런 내용에서 “힐링”을 느끼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자기계발 쪽은 전혀 없다. 특히 작가님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공감대를 느낄 것이다. 한국은 무척 빨리 변화하고, 입시제도는 물론 그때 유행했던 문화콘텐츠도 무척 촘촘하게 연표를 그료야 하다 보니, 불과 몇 년만 세대차이가 나도 추억의 형태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읽으면서 작가님의 글에 정서적인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연령대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 나서야 문득, 그 제목에 공감했다. 내가 십대 때 읽었던 수많은 한국 순정만화에서, 영웅의 연인인 여성은 지지 말라고 당부하며 연인을 떠나보내고, 혹은 직접 운명과 맞선 여성 영웅은 몇 번이나 쓰러지고 무너지고 오해를 사도 지지 않겠다며 버티고 섰다. 되고 싶었던, 혹은 동경했던, 어쩌면 투영하며 바라보았단 그런 캐릭터들이 운명에 맞설 때 나 역시도 넌지시 건네고 싶었을 말. 지지 마,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