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떡볶이란 참 흔한 음식이다. 학교 근처에서는 물론, 동네 김밥천국에서도 먹을 수 있고, 편의점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4분만 전자렌지에 돌리면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일반 떡볶이, 국물 떡볶이, 마라 떡볶이에 라면, 쫄면이 들어간 떡볶이, 불닭볶음면맛 떡복이와 크림소스맛 떡볶이까지 다양하게도 팔고 있다. 여기에 감동란을 하나 까서 넣으면 더욱 감동이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김민정 님은 일본에 계시니까. 일본에서 살고, 일본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는 분이니까. 찹쌀로 빚고, 그 속에 들어있는 달콤한 소가 주인공인 일본의 떡과 다른, 멥쌀이나 밀가루로 만들어 쫀득한 맛으로 먹는 한국의 떡과, 이 떡이 들어간 가장 강력한 파생상품인 떡볶이가, 여기에서처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살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두말할 나위 없이 모조리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가 찾아온다.
물론 나는 이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아직 그럴 나이가 안 되었을 수도 있고) 사람이 살다보면 꼭 떡볶이를 먹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순간에 그 흔하디 흔한 떡볶이 한 접시를 못 먹으면 무척이나 서러워진다는 것은 안다. 이 책은 12월 초에 읽었는데, 어제 운전면허 1종 기능시험에 통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를 먹으며 다시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이브고, 늦은 오후였다. 빨리 집에 가고,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데, 또 크리스마스니까 평소보다는 저녁식사를 잘 준비해야 했는데, 그보다는 쉽지 않게 통과한 기능시험 때문에 흥분도 되고 앞으로의 주행시험이 걱정되던 그 순간에, 나는 어디든 가서 떡볶이를 한 접시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뻔히 운전학원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갈 수 있는 우리 집을 두고, 나는 운전학원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 근처로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떡볶이를 먹고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떡볶이가 뭐라고. 하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정말로, 그 쫄깃하고 매운 맛이 필요할 때가 있으므로.